[이코노믹데일리]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이른바 중후장대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완성차업계는 기아를 마지막으로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을 마무리한 반면 철강 및 조선 업계는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노조는 한 달 동안 게릴라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게릴라 파업 여파로 현대제철은 지난 12일부터 2주간 당진제철소 냉연 1·2공장이 휴업에 들어갔다.
현대제철 노조는 현대차그룹 일부 계열사와 같이 특별 격려금 400만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하며 지난달 24일부터 게릴라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당초 현대제철 노조는 특수강, 선박용 후판공장에서 게릴라 파업을 벌였는데, 이달부터 열연공장 등으로 파업 범위를 확대했다.
조선업계도 노조 파업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현대중공업 조선 3사 노조는 전날 오전 6시 30분부터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파업) 찬반투표를 시작했다. 투표는 26일까지 진행된다. 노사는 7월 임단협 상견례를 시작으로 22차례 교섭을 벌였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공동 요구안을 통해 기본급 14만2300원 인상(호봉 승급분 제외), 임금피크제 폐지, 노동이사제 조합 추천권 도입, 치과 보철료 연간 100만원 지원 등을 요구했다.
현대중공업은 노조의 요구 사항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합 요구안 전체를 수용할 경우 1년에 약 2500억원이 든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에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인 대우조선해양은 한화에 임단협 승계를 요청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전 직원 고용 승계, 노조 단체협약 승계, 자산 매각 금지, 대우조선 운영과 투자 계획 공개 등을 요구했다.
철강, 조선 업계와 달리 완성차업계 4개사 노사는 서로 한 발 양보하면서 임단협 협상을 마무리했다. 임단협 주기가 4년인 쌍용자동차는 올해 임단협 교섭이 없었다.
가장 먼저 무분규 협상에 성공한 곳은 현대차다. 7월 19일 잠정합의한 찬반투표에서 61.9%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현대차 노사 역사상 4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은 유례없던 일이다.
임단협 다년 합의 문제로 파업 직전까지 갔던 르노코리아 노사도 4년 만에 파업 없이 임금협상을 마쳤다. 르노코리아 노사는 기본급 6만원 인상, 격려금 300만원 등을 담은 잠정합의안을 만들었고 지난 8월 말 54.1% 찬성률로 통과됐다.
한국지엠 노사도 약 2개월간의 교섭 끝에 지난달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이끌어냈다. 투표가 55.8% 찬성률로 최종 가결되면서 한국지엠 노사는 2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에 성공했다.
25년 이상 근무한 퇴직자에게 평생 차량 할인을 해주는 평생 사원증 혜택 조정안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던 기아 노조는 18일 국내 완성차 생산기업 가운데 마지막으로 임단협 타결에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철강·조선 업계에 파업이란 악재까지 겹친다면 회사는 벼랑 끝에 몰릴 수 밖에 없다"며 "노사가 '상생' 정신을 발휘해 임단협 협상을 타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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