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명확하지 않은 등급 분류 기준을 적용하며 복수 서브컬처(애니메이션 기반) 게임들의 등급 재분류 절차가 진행돼 이용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민원이 폭주하자 게임물관리위원회 측은 안내 번호를 지우고 방문을 제한하는 등으로 사실상 '나몰라라'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현재 복수 게임들의 등급 재분류 절차가 여성 이용자가 많은 특정 게임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젠더 갈등으로까지 사태가 확산된 모양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 '블루아카이브', 넷마블 '페이트/그랜드 오더', 중국 하이퍼그리프의 '명일방주', 텐센트 산하 투어독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백야극광'등 복수 서브컬처 게임들은 현재 게임물관리위원회 등급 재분류 절차를 밟고 있다. 재분류 이후에는 기존 12~15세 이용가 등급이던 해당 게임들이 등급이 올라 '청소년이용불가' 등으로 상향될 것으로 보인다. 등급이 상향되면 일부 유저들은 게임에 접근할 수 없게 된다.
이용자들은 이번 등급 재분류 사태의 시작을 보복성 민원으로 보고 있다. 앞서 여성 이용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게임 '프로젝트 세카이 컬러풀 스테이지 feat. 하츠네 미쿠'에서 일부 악곡 가사가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관련 규칙을 위반했다는 지적과 함께 삭제되고 등급이 올랐다.
이에 일부 프로젝트 세카이 이용자들이 "다른 게임들도 등급이 적절하지 않다"며 남성 이용자 비중이 높은 복수 서브컬처 게임을 대상으로 국민신문고 등에 무차별 민원을 넣었다는 것이다. 대부분 게임들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등급 재분류 결정 통보를 받았다고 공지했다.
이후 남성 이용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넥슨 블루아카이브 이용자들이 일본 해피엘리먼츠가 개발한 '앙상블스타즈' 등급도 적정하지 않다며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민원을 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앙상블스타즈는 여성 이용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게임이다.
문제는 게임물관리위원회 측 대응이다. 복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게임물관리위원회 측이 민원 폭주 이후 부산 해운대 위원회 사무실을 닫아걸었다는 호소가 오르고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시민의 민원에 대해 응대해야 할 법적 의무를 갖는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상담실에 '제한구역', '관계자 외 출입금지' 팻말을 내걸고 "허가되지 않은 민원인 출입은 형법 314조에 의거 업무방해죄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경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 이용자들은 "공공기관인데 저러는 게 말이 되느냐", "저것도 민원 넣어야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 분류가 일정한 기준 없이 임의로 이뤄지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 이용자는 복수 서브컬처 게임들의 국내 등급이 해외와 지나치게 다르다며 규제가 과도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 이후에는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자기들 마음대로 등급을 정하는데 그마저도 민원 없으면 제대로 안 한다. 이제는 민원도 피한다'는 취지의 성토 글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뒤덮고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2020년에도 용역 사업 결과를 허위 보고해 수십억원의 예산을 엉터리로 집행하고, 용역 업체에 물품 비용을 대납시키는 '갑질' 행위까지 했다는 보도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지난 4일에도 게임물관리위원회 내 부장급 직원이 사무소 PC로 가상자산을 몰래 채굴하다 적발됐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도덕적 해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업계에서도 게임물관리위원회 측 등급 기준이 다소 분명하지 않다는 의견들이 많다"며 "등급 분류가 게임 내 콘텐츠 표현은 물론 게임 성패 자체에도 큰 영향을 주는만큼 더 명확한 기준 안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