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고환율 비상] 원자잿값 상승에 환차익도 옛말...전자업계 진퇴양난

문은주 기자 2022-09-28 12:18:56
强달러에 수출 경쟁력 높아...올해는 원자잿값 상승에 효과 반감
[이코노믹데일리] 고환율 현상이 지속되면서 산업계가 신음하고 있다. 원자재 수입·완제품 수출 비율이 높은 전자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매출 500대 기업 중 제조업 기반 수출 기업의 재무 담당자를 대상(105개사 응답)으로 환율 전망을 조사한 결과 기업들은 올해 연평균 환율 수준을 1303원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사업 계획을 수립할 당시 기업들이 전망한 연평균 환율(1214원)에 비해 89원 높은 수준이다. 전경련 측은 "연평균 기준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긴 해는 1998년 외환위기(1395원) 이후 24년 만에 처음"이라면서 "연말까지 (원‧달러 환율을) 평균 1400원으로 예상하는 것 같다"라고 추정했다.

실제로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40원을 넘어서면서 연고점을 경신했다. 전날인 27일 달러당 1421.5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듯 하더니 다시 고점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업종마다 차이는 있지만 통상 달러화 강세(원화 약세)가 이어지면 수출 기업에는 호재로 작용한다. 환차익을 통해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글로벌 전자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올해 업계에서는 환차익도 '옛말'이라는 한탄이 나온다. 원자잿값이 올라서다. 석유 등 에너지와 원자재 부문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재료에 따라 연초 대비 최대 70% 이상 가격이 올랐다. 해외에서 원자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수출하는 국내 전자 기업으로서는 수출 단가 상승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채산성을 높이기 위해 일반적으로 제품 가격을 올리기도 하지만 이 방법도 여의치는 않다.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 속에 고환율·고물가 등이 맞물려 소비 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여기다 주요 생산기지를 글로벌화해 해외 매출이 한국으로 유입된 것도 전자업계가 맞딱드린 악재로 작용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의 추세가 지속되면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때처럼 원·달러 환율이 1600원까지 갈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라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1997년 외환 위기와 2008년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학습 효과'를 통해 달러화 비축 등 상당한 준비를 해왔을 것으로 보지만 한국의 외환보유고 상황 등을 고려하면 정부는 정말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를 넘어서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4.0원 오른 1,425.5원에 개장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2022.9.28 hwayoung7@yna.co.kr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