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내부선 '셀럽'으로 통하는 이재용, MZ와 소통하는 법

성상영 기자 2022-09-06 00:00:00
팔짱 끼고 셀카 찍고…직원과 부회장의 '스킨십' 격의 없는 소통 과시, '뉴삼성'의 달라진 조직문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삼성SDS 잠실캠퍼스를 방문해 직원들과 '셀카(셀프카메라)'를 찍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사진=삼성전자]


[이코노믹데일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복권 후 국내 사업장을 연이어 방문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미완으로 남은 경영 승계에 마침표를 찍기까지 회장 승진과 사내이사 선임, 지배구조 개편 등 과제가 남았지만 현장으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 안팎에서 이 부회장은 이미 '셀럽(유행을 이끌며 화제로 떠오른 사람)'으로 통하고 있다. 그가 사업장으로 발길을 향할 때마다 20·30대 젊은 직원을 중심으로 구름 인파를 몰고 다녔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19일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기공식에 참석했다. 광복절 특사 이후 첫 대외 행보였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든다'라고 쓰인 반도체 웨이퍼 모양 기념패를 들고 직원들과 사진을 찍었다.

같은 달 24일에는 서울 강동구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GEC)를 찾았다. 이 부회장은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사내 어린이집을 둘러봤다. 예고 없이 방문한 이 부회장을 보기 위해 직원들은 GEC 로비로 몰려들었다.

이어 26일과 30일에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과 서울 송파구 삼성SDS를 각각 방문했다. 수원사업장 방문 당시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에서 근무하는 MZ세대 직원이 이 부회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파격이 연출되기도 했다. 삼성SDS에서는 워킹맘(일·육아를 병행하는 여성) 간담회에 앞서 직원들에게 손수 손소독제를 짜주기도 했다.

네 차례에 걸친 사업장 방문에서 이른바 MZ세대로 불리는 직원들은 50대 부회장에게 다가가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저마다 휴대전화 카메라를 켜고 '셀카(셀프 카메라)' 촬영을 요청하기 바빴다. 어떤 직원은 팔짱을 끼기도 했다. 또 다른 직원은 사인을 해 달라며 A4 용지와 펜을 내밀기도 했다. 이 직원은 "가보로 남기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해진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부회장과 찍은 사진을 올리며 공공연히 '재드래곤'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기도 했다. 재드래곤은 온라인에서 가수 빅뱅 멤버 '지드래곤' 본명이 '지용'인 점에 이 부회장 이름을 빗대 유머 있게 표현한 말이다.

이 부회장의 현장 경영에서 나온 장면들은 그간 삼성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카리스마보다는 격의 없는 스킨십을 통해 시대에 맞게 변화하는 조직문화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선친인 이건희 회장에 대한 인상은 근엄함과 강인한 카리스마였다. 이른바 '신경영 선언'이 나온 1993년 6월 이건희 회장은 고위 임원을 한자리에 모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1995년 3월에는 경북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에서 휴대전화 500억원어치를 모조리 불태운 '애니콜 화형식'을 지시했다. 불량률이 너무 높다는 이유였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사업장 방문에서 나타난 모습은 그가 향후 회장에 취임한 후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뉴삼성'의 단면을 미리 보여주는 부분"이라며 "삼성 관계사에서 MZ세대 직원이 핵심 인력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와중에 이들과 어떻게 소통할지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