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기업 SWOT]<7>마켓컬리

김아령 기자 2022-09-01 06:00:00
상장 앞두고 몸집 불리는 컬리… 非식품 판매 늘려 수익 개선 '올인 내달 '큐레이티드 마켓 플레이스' 출시 오픈마켓으로 확장… 거래액 증가 기대 연내 상장 앞두고 기업가치 4조→2조원대로 하향 전망… 수익성 개선 '관건'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사진= 컬리]


[이코노믹데일리] ‘새벽배송’이라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국내 유통업계에서 첫 번째 도약을 이룬 마켓컬리(법인명 컬리)가 올해 기업공개(IPO)를 통해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컬리는 기존 주력 분야인 식품뿐 아니라 비식품 분야를 강화한다. 온라인에 이어 오프라인까지 무대를 확장하고 해외시장 문도 두드린다. 주력 사업인 새벽배송에 더해 다양한 매출원을 확보해 상장에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수익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컬리의 기업가치를 대략 1조8000억원에서 2조원 사이로 평가하고 있다. 컬리는 상장심사 청구 당시 5조~6조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컬리는 지난해 매출액 1조5614억원을 기록했으나 흑자 전환에 실패해 2177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그동안 2019년 1013억원, 2020년 1162억원 등 연속 적자를 기록했는데 지난해에는 적자 폭까지 커졌다. 매입채무 항목은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유치한 투자 금액은 순손실액보다 한참 적은 상태다.
 
컬리는 지난달 22일 한국거래소 승인을 받으며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입성을 위한 첫 관문을 넘었지만 ‘적자 성장주’라는 꼬리표가 붙으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픈마켓·동남아 진출·PB상품 확대···몸집 키워야 산다
 

컬리는 상장을 앞두고 몸집 키우기에 힘을 쏟고 있다. 컬리는 2014년 창업 후 지속적으로 투자를 유치해 기업가치 약 4조원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새벽배송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현재 가치는 2조원으로 반 토막 났다. 상장까지 6개월밖에 남지 않아 최대한 회사 가치를 끌어올려야 하는 부담이 있다.
 
컬리는 사업 강화를 위해 기존 주종목인 식품을 강화하는 한편 수익성 개선을 위해 고정비가 적게 드는 비(非)식품 판매를 늘리는 등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마켓컬리는 화장품, 가전, 캠핑용품, 호텔 숙박권 등 다양한 비식품 카테고리를 취급하고 있다. 현재 비식품 매출 비중은 25~30%로 추정된다. 

컬리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자체 검증 과정을 거친 식품 구색을 다양화하는 한편 배송 권역 확대를 위해 내년 경남 창원, 경기 평택에 추가 물류센터를 오픈해 새벽 배송 충성 고객을 지방 광역권 내에서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9월에는 오픈마켓 서비스인 ‘큐레이티드 마켓플레이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기존 직매입만 고집했던 컬리가 거래액을 늘리기 위한 신사업으로 중개서비스를 낙점한 것이다. 부피가 큰 가전제품 위주로 개인 간 거래가 이뤄지면 거래액 증가에 기여할 수 있게 된다.

컬리는 또 빅데이터, 물류솔루션 등 온라인 판매에 관한 소프트웨어 사업을 추진한다. 컬리는 최근 특허청에 '컬리로그(Kurlylog)' 상표권 출원을 신청했는데, 소프트웨어 개발업, 통신업 등 사업 분류에 해당하는 상표권이다. 업계에서는 컬리의 새벽배송 솔루션과 연관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사업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밖에도 컬리는 올해 초 급식업, 식자재 납품업, 식당업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 신사업 진출에 포석을 뒀다. 재고를 활용해 폐기 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다.

컬리는 K-푸드를 통해 동남아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 싱가포르 식품 이커머스 플랫폼 ‘레드마트’에 ‘마켓컬리 브랜드관’을 열고 한국 식품 판매를 시작했다. 레드마트는 싱가포르 1등 온라인 식품 플랫폼으로 12만개 이상 다양한 식료품을 판매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 상품 종류도 400개를 넘는다. 

이번에 레드마트에 입점한 컬리 상품은 칼국수, 만두, 떡볶이 등 인기 냉동 간편식 44가지다. 수출 품목은 싱가포르의 복합적인 식문화를 고려해 시래기 된장국과 같은 한식부터 가리비 바질 페스토 파스타, 트러플 크림 뇨끼 등 서양식까지 다양하게 구성했다. 컬리는 향후 수출 물량과 상품 수를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자체 브랜드(PB)와 단독 판매 상품인 '컬리온리'를 중심으로 식품뿐 아니라 생활용품 수출도 검토 중이다. 싱가포르 사업 성과를 발판 삼아 다른 동남아 국가로 확장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서울 성수동에는 첫 오프라인 매장 ‘오프컬리’도 오픈할 계획이다. 컬리가 온라인에서 선보이고 있는 PB인 ‘컬리스(Kurly’s)‘를 비롯해 컬리를 대표하는 다양한 PB 상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브랜드를 소개하고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들도 마련한다. 컬리가 성수동에 오프라인 매장을 선보이는 것은 브랜드를 직접 체험하며 직관적인 소통을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소비자 접점을 늘려 브랜드에 대한 차별화된 체험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효과적이다. 어느 정도 탄탄하게 형성된 고객층을 더 확장해 브랜드 이미지 굳히기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사진= 컬리]

◆ 연내 상장 청신호···수익성 개선 숙제
 

컬리가 최근 한국거래소 승인을 받으며 연내 상장에 청신호를 밝혔다. 지난 3월 예비심사 청구한 지 5개월 만이다. 그러나 기업가치 산정 과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평가 논란이 끊이지 않는 데다 국내 기업 공개 시장이 얼어붙어 기대했던 몸값을 인정받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당초 컬리는 지난 1월과 2월에도 예비 심사 청구를 하려 했으나 재무적 투자자(FI)들과 의견 조율에 차질이 생기면서 일정이 연기됐다. 김슬아 컬리 대표의 낮은 지분율과 영업적자 폭 확대 등이 원인이었다.
 
컬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김 대표 지분은 5.75%에 불과하다. 지분 절반 이상은 힐하우스캐피탈(11.89%)과 세콰이어캐피탈(10.19%), DST글로벌(10.17%), 아스펙스캐피탈(8.48%), 오일러캐피탈(6.73%) 등 외국계 FI가 보유하고 있다. 고비용 사업구조 때문에 컬리는 그동안 수많은 FI를 유치하며 김 대표 지분율을 낮췄다.
 
거래소가 경영권 안정 문제를 지적하면서 컬리 심사 승인은 답보 상태에 놓인 듯했지만 컬리가 지난달 FI 보유 지분 의무보유 확약서를 제출하면서 진행이 급물살을 탔다. 주요 주주들에게 보유 지분을 6개월~2년가량 팔지 않고, 20% 이상 지분에 대해 경영권을 공동 행사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것이다. 여기에 컬리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소수 지분(1% 이상)을 보유한 일반주주에게도 보호예수 확약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불리한 시장 환경에도 컬리가 상장을 철회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외부 투자금 조달이 어려워졌고 투자자들도 시급히 자금을 회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컬리 매출은 2017년 466억원에서 지난해 1조5614억원 수준까지 늘었으나 규모가 커지면서 같은 기간 적자 폭도 124억원에서 2177억원으로 증가했다. 누적 적자는 5000억원에 이른다. 상장 절차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컬리는 올해 말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컬리는 그간 영업손실이 감소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시장에서 절대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영업적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 기업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며 “성공적인 상장을 위해서는 시장점유율 확대 전략뿐 아니라 구체적인 수익성 개선 청사진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