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든發 폭풍' 버틸 수 없다면 뛰어라…미국으로 떠나는 총수들

성상영 기자 2022-08-27 05:00:00
반도체·인플레법 돌파구 찾아 잇따라 미국행 정의선에 이어 이재용·최태원도 방미 가능성 9월 UN총회 계기 될 듯…민간 외교전 막 올라

[사진=아주경제 DB]


[이코노믹데일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칩과 과학법(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인플레법)'에 서명하면서 비상이 걸린 국내 기업이 서둘러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 23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다음 달 미국 출장길에 오를지 주목된다.

주요 그룹 총수들의 발걸음이 잇따라 미국을 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민간 외교전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현지 정·관계 인사와 접촉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 대관 업무를 맡은 공영운 현대차 사장이 동행한 만큼 인플레법 시행과 관련해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정 회장이 황급히 미국으로 떠난 결정적 요인은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현대차·기아 차량이 빠진 점이다. 당장 이달부터 최대 7500달러(약 1000만 원)에 이르는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서 가격 경쟁에서 불리해졌다.

인플레법은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대상을 '북미에서 조립한 차'로 한정한다. 현대차·기아는 미국에서 판매 중인 아이오닉 5, 코나 EV, 제네시스 GV60, EV6, 니로 EV 등 5개 전기차를 전량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현지 딜러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장려금)를 1000달러(약 130만 원) 수준으로 인상하고, 전기차 생산라인 증설과 신규 착공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재계에서는 정의선 회장이 현지 유력 인사들과 만나며 법 개정 등을 설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 회장은 현대차 앨라배마주(州) 공장 증설과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설립 계획을 비롯해 전반적인 사안을 점검할 예정이다.

◆이재용·최태원 9월中 미국 방문 '유력'

이재용 부회장도 다음 달 중 미국 출장이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법에 서명하고 미국 정부가 반도체 동맹 '칩(CHIP)4'에 한국의 참여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반도체법에는 중국을 비롯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국가에서 생산 시설을 확장하는 기업에 자금 지원과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메모리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로서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칩4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에서 정부와 호흡을 맞추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대외적으로는 현지 정·관계에 삼성전자의 입장을 설명해야 한다.

이 부회장은 사면·복권 이후 현장 경영 차원에서 진행 중인 사업장 방문이 마무리되는 대로 미국으로 떠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이 부회장은 매주 목요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공판에 출석하는데, 추석 연휴를 활용하거나 재판부에 양해를 구해 일정을 조율할 가능성이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다음 달 방미 가능성이 엿보인다. 9월 열리는 유엔(UN) 총회에 맞춰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경제 사절단으로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그룹은 150억 달러(약 20조 원)를 미국 반도체 산업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반도체법 시행과 칩4 참여로 인한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중국 사업 비중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

앞서 최태원 회장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으로 면담해 투자 계획을 논의했다. 2개월 만의 재회가 성사된다면 반도체법과 칩4 참여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