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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ICT 빅블러] ①공룡 양강 구도…"KB·하나*SKT" vs "신한·우리*KT"

신병근 기자 2022-08-15 23:55:00
업종 경계 허물고 '디지털 신(新)생태계' 형성 통신사 협업에 리딩금융 타이틀 경쟁도 가속화 "미래금융 플랫폼" 한목소리…비금융에 도전장

자료사진 [사진=픽사베이]

[이코노믹데일리] 업종 경계가 허물어지는 이른바 빅블러(Big Blur) 시대를 맞아 대형 정보통신(ICT)사와 맞손을 잡은 금융권이 양강(兩強) 구도를 그리고 있다. 통신업계 1위 SKT는 KB와 하나금융을, 2위 KT는 신한과 우리금융을 각각 전략적 사업파트너로 선정했다. 

금융그룹 1위 타이틀 경쟁이 치열한 KB, 신한금융의 통신사 파트너가 갈렸고, 3위 자리를 둘러싼 엎치락뒤치락 양상의 하나, 우리금융 협력 상대도 양분됐다. 연간 당기순이익 수조원대 공룡그룹들이 초혁신을 기치로 시너지를 기대하면서 디지털 생태계 역시 재편되는 형국이다.

최근 금융권 관심이 집중된 하나금융과 SKT 협약은 기존 제휴들과 확연히 차이를 보였다. 단순 기술적 협업 차원을 넘어 상대 그룹이 보유한 지분을 당사로 끌어 들여온 것으로, 15일 현재 SKT는 하나금융 주식 3300억원(3.1% 수준)을, 하나금융 100% 자회사 하나카드는 684억원 SKT 지분(0.6%)과 316억원 상당의 SK스퀘어 지분(0.5%)을 보유하고 있다.

상대측 주식을 가져온 것은 비상장 지분의 유동화 가능성을 높인 대목이다. 기술 부문 협력에 그친 전례와 달리 양사가 상대 그룹 지분을 보유함에 따라 전략적 제휴의 중장기 추진력을 확보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대한민국 금융과 기술을 신뢰와 혁신으로 선도해온 두 그룹이 새로운 디지털 파트너십 시대를 열었다"며 "앞으로 디지털 혁신(Digital Transformation·DT)을 가속화해 손님 가치 실현, 금융과 ICT 융합 혁신가치 추구,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부문 협력으로 사회적 가치 확산 등 협업 범위를 넓힐 것"이라고 밝혔다.

양사 지분 취득에 관한 금융투자업계 시각도 긍정적이다. 각 사 사정에 맞는 적기의 지분 처분이 이뤄졌다는 분석과 함께 전략적 협력 강화 외에 취득기간 매수 유입 효과를 기대하면서다. 

앞서 SKT는 KB금융 최대 계열사인 KB국민은행 인공지능(AI) 서비스 개발과 관련한 협약을 맺었다. SKT의 국내 최초 AI 서비스 '누구(NUGU)'를 기반으로 국민은행 간편 뱅킹 앱 '리브(Liiv)를 고도화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국민은행과 SKT는 리브를 구동하면 잔액 조회부터 송금 등 음성 기반 금융 서비스, 날씨·감성 대화·백과사전 등 AI 서비스가 실현되는 것을 더불어 구상했다. 리브만을 위한 별도 음성 호출 명령어, 음성 합성 보이스를 적용해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고객 경험(UX)을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시킬 계획도 수립했다.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협약을 계기로 AI 기반 혁신적인 디지털 서비스를 구현했고 특히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MZ세대 고객에게 새로운 금융 경험을 가능토록 지원했다"며 "모바일 이용 고객을 위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 제공도 지속해 당행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KT와 협업하는 신한금융은 금융과 비(非)금융 서비스를 공동 개발하는데 주력한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구현모 KT 대표는 양사 '디지털 신사업 및 플랫폼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작년 8월 전략적 제휴(MOU) 단상에 나란히 오른 바 있다. 

'디지털 일류 그룹' 슬로건을 내건 신한금융이 KT와의 협업에서 초점을 맞춘 분야는 AI 기반 신사업이다. 금융 특화 텍스트, 음성, 언어모델 등 다양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T 빅데이터 상권분석 서비스 '잘나가게' 플랫폼에 신한은행 비대면 대출 서비스를 융합하고, 신한카드의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마케팅 플랫폼 '마이샵파트너'를 결합한 것이 대표적이다. 양 사의 상권분석, 마케팅 지원 플랫폼이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이 나온다. 

메타버스, 교육, 반려동물 등 비금융 플랫폼 사업 영역도 양사의 공통 관심사로 지목된다. MZ세대 고객을 상대로 금융과 통신을 연계한 공동 마케팅 플랫폼도 개발연구 대상에 올렸다.

조 회장은 "신한과 KT의 만남이 양사 고객 모두에게 혁신의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미래 디지털금융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은 KT와 손을 잡고 금융권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마이데이터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일찌감치 KT와 전략적 업무 협약을 체결한 우리금융은 KT와 3년차 협력 사업을 벌이고 있다. 금융과 통신 데이터를 결합한 차별화 서비스를 시현하는 한편 양사 합작투자 법인(JV)도 모색 중이다.

우리은행과 우리카드는 KT 자회사 BC카드와 지급지시전달업(마이페이먼트) 분야에서도 공동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BC카드가 가진 폭넓은 가맹점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동시에 우리금융 결제 플랫폼을 구축하고 관계사들의 데이터 공유, 공동 마케팅에 속도를 냈다.

이에 더해 협업 과제별 유관부서를 각 사에서 매칭해 주요 사업부문을 아우르는 대규모 협의체를 구성, 각 계열사 사장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가 의사 결정하는 시스템도 마련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주요 금융그룹들이 대형 통신사들과 그야말로 디지털 동맹을 맺고 DT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금융문화가 비대면, 모바일에 쏠리고 새 정부 기조도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디지털 신사업들이 잇따를 전망"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