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유명한 수입차 브랜드 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대표 로빈 콜건)의 무책임한 사후관리 서비스가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10일 본지 취재 결과 지난 2016년 7000만 원에 달하는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차량을 구매한 차주 A씨는 올해 초부터 차량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랜드로버는 지난 4월 엔진이 꺼질 수 있기 때문에 자체 시정조치(리콜)를 받아야 한다고 A씨에게 통보했다. 몇 년 동안 반복된 랜드로버 '엔진 결함' 문제가 또 반복된 것이다. 그러나 서비스센터에 연락을 하니 빠르면 2년 뒤인 2024년에나 리콜을 받을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2024년 리콜을 예약했다. 문제는 올해 초부터 조금씩 말썽을 부리던 차량 엔진이 사망 선고를 앞두고 있었다는 점이다.
A씨는 지난달 19일 차량 운행 중 엔진 소음과 함께 경고등이 뜨자 곧바로 지정 서비스센터인 재규어랜드로버 성남 서비스센터에 연락해 원인과 대처 방법을 문의했고, 서비스센터에서는 "한 달 후 점검이 가능하니 우선 그냥 운행해도 된다"고 답변했다.
서비스센터의 '그냥 타셔도 된다'는 말은 무책임한 답변이었다. 다음 날인 20일 A씨의 차량은 경기도 수원의 한 사거리를 지나던 도중 경운기 소리 같은 굉음을 낸 후 갑자기 시동이 꺼졌다.
당시 A씨가 운전하던 차량에는 아내와 딸이 동승하고 있었다. A씨는 "운행 중에 갑자기 차량이 멈춰 아내와 딸이 많이 놀랐다"며 "만약 고속도로였다면 어떻게 됐을지 아찔하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자비를 들여 차량을 견인해 성남 서비스센터로 향했다. '시동 꺼짐' 현상을 겪은 A씨는 서비스센터에서 더욱 황당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리콜은 2년이 걸리고 그냥 타도 괜찮다던 차량 엔진 문제를 확인하기 위한 금액 전부인 300만 원 상당을 A씨가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엔진을 뜯으면 엔진을 다시 사용하지 못하기에 엔진 교체 비용 3200만 원까지 A씨가 부담해야 한다고 서비스센터 측은 주장했다.
A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랜드로버 동호회 등에 알아보니 2016년식 랜드로버 차량에 저와 같은 문제를 호소하는 차량이 많다"며 "올해 초까지만 해도 서비스센터에서 엔진을 수리해 준 사례가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건수가 많아지니 어느 순간부터 배 째라는 식의 태도를 반복하고 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 "제 과실로 차량에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니고 회사가 엔진을 잘못 만든 책임이 큰 상황인데 3200만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차량을 수리하는 바보가 어디 있겠으며 너무 억울한 심정"이라고 호소했다.
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엔진 관련 리콜이 많이 밀려있는 상태"라며 "해당 사건과 관련해선 성남 서비스센터에 확인 후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대답했지만 현재까지 답변이 없는 상태다.
한편 랜드로버의 차량 결함과 무책임한 사후관리 서비스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잇단 엔진 결함 문제로 리콜 조치가 시행된 데 이어 지난해에도 또 다시 연속 시동 꺼짐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2018년 그룹 잼의 멤버였던 가수 황현민 씨가 랜드로버 차량 운행 중 3차례의 시동 꺼짐을 경험한 뒤 매장에서 난동을 부린 사건은 업계에서 유명한 이야기다.
리콜 지연 사태로 대표되는 서비스 문제도 이미 예견된 부분이다. 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 서비스센터는 서울 6곳, 인천·경기 6곳 등을 포함해 전국 25개가 전부다.
지난 2020년, 2021년 랜드로버 차량 판매 대수가 각각 4801대, 3220대에 달할 정도로 적지 않은 차량을 국내에 판매하고 있는데 반해 서비스센터는 터무니 없이 부족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규어랜드로버의 무책임한 태도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랜드로버를 믿고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며 "해가 갈수록 국내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재규어랜드로버가 조금이라도 신뢰를 되찾기 위해선 브랜드에 걸맞는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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