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세의 나이에 제약회사 최고경영자가 된 이후 20여 년 만에 60배 이상 매출을 끌어올린 신화의 주인공. 바로 윤성태 휴온스글로벌 부회장이다.
수많은 기업들을 집어 삼킨 IMF 외환위기 속에서 악화된 경영난에다 공장 화재로 모든 것을 잃을 뻔한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찾아냈다.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주변 모든 사람이 반대할 때 다수의 회사를 인수·합병(M&A)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윤성태 부회장의 닉네임은 ‘휴온스 1호 테스터’다. 휴온스그룹의 제품을 첫 번째로 직접 사용·섭취하면서 검증에 앞장서기 때문이다. 스스로 테스트를 자처하는 것은 '품질'에 대한 지독한 집념 때문이다. 그 만큼 제품 품질에 자신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연구개발부터 마케팅 회의까지 늘 현장을 지키고, 해외 전시회에 참석할 때는 늘 수첩과 펜을 들고 여러 바이어들과 소통하면서 매의 눈으로 새 성장동력을 찾아나선다. 그는 "여전히 그룹 매출 1조원으로 도약시킬 수 있는 '블록버스터'를 찾고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IMF·공장화재 위기마다 '혁신 제품'으로 기회 찾아
1964년생인 윤 부회장은 한양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 후, 1989년 한국 IBM에 입사했다. 당시 한국 IBM은 주5일제에 높은 연봉 등 국내 최고 회사 중 한 곳이었다. 이곳을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한 윤 이사장은 기술부에서 4년가량 근무하며 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하지만 1992년, 돌연 사표를 내고 부친이 운영하는 광명약품에 대리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광명약품은 윤 부회장의 부친 고 윤명용 회장이 창업한 치과용 국소 마취제 전문 회사로 1965년 설립됐다. 평소 회사를 물려받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지만, 부친의 병세가 악화되자 어쩔 수 없이 내린 결단이었다. 1997년 부친이 돌아가시자, 갑작스럽게 회사를 떠 맡았다. 설상가상 IMF 외환위기가 터지며 회사는 경영난에 처했다.
당시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인증을 받기 위해 사채까지 끌어다 신규 공장을 지었지만 1993년 공장 가동 이후에도 빚 부담이 눈덩이처럼 늘어났다. 1998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자금 회수 압박이 강해졌고 설상가상으로 같은 해에 공장이 화재로 잿더미가 되는 최악의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하지만 윤 부회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선친이 일군 회사를 살리겠다며 채권자를 찾아 눈물로 호소하고, 기술신용보증기금을 찾아 대출을 요청했다. 일단 화재보험금으로 급한 불을 끈 윤 부회장은 수출 길을 뚫겠다며 중동 예멘으로 출장을 떠났다. 그곳에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20㎖ 주사제'를 보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당시 포도당이나 생리식염수 등 병원에서 사용하는 기초수액제는 모두 유리앰플에 담겼다. 그는 국내 업체에 제작을 의뢰하는 방식으로 1998년 국내최초 플라스틱용기 주사제를 개발했다. 이 주사제가 매달 50만개 이상 팔리면서 국내 주사제 시장을 70% 넘게 석권, 비로소 2000년 초에 모든 회사 빚을 갚을 수 있었다.
윤 부회장은 1999년 광명제약으로 사명을 바꾸고, 이어 2003년 다시 지금의 휴온스로 이름을 변경한다. 휴온스로 이름을 바꾼 것도 카투사 출신으로 영어에 능통한 그가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해 던진 묘책 중 하나였다.
휴온스는 이를 발판으로 1999년부터 기업분할 전인 2015년까지 무려 17년 연속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2018년에도 두 자릿수 성장은 기본, 모든 산업군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2020년에도 9.9% 성장을 기록했다. 현재 3개 상장기업을 비롯해 9개 계열사를 거느린 휴온스그룹으로 성장, 연 매출은 약 5800억원에 이른다.
휴온스 신화 뒤에는 윤 부 회장의 블루오션을 찾아내는 안목과 강한 추진력, 실행력이 있었다.
다른 제약사들이 3차 의료기관에만 집중할 때 1차 의료기관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며 탄탄한 영업기반을 쌓고, 비급여 의약품, 웰빙의약품에 주목하며 성장을 일궜다. 의료기기, 점안제, 필러 등 핫 아이템을 통해 본격적인 성과를 누적중이며, 모두가 몸을 움츠리던 코로나19 초기 상황에도 사업 기회를 포착, 진단키트를 수출하기도 했다. 러시아 코로나19 백신인 스푸트니크V와 스푸트니크 라이트의 위탁생산(CMO)도 진행중이다.
최근에는 사업 영역을 바이오로도 확장하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의 임상개발 및 바이오신약 개발 사업 등을 위해 지난해 휴온스바이오파마를 설립한 것. 여기서는 휴온스글로벌에서 개발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 리즈톡스 적응증 확대, 휴톡스(리즈톡스 수출명)의 글로벌 진출 지원, 내성 발현을 줄인 보툴리눔 톡신 HU-045 국내 임상 등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에스테틱 분야의 바이오 신약 개발도 계획 중이며 사업 안정화 이후 기업공개(IPO)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윤 부회장은 사업 기회를 포착하면 바로 불같은 추진력으로 전사적 역량을 투입, 바로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했다. 통 큰 결단으로 공격적인 인수합병(M&A)도 추진하고 있다. 휴온스그룹은 활발한 인수합병으로 사업을 키우며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에도 화장품 업체 휴온스블러썸(구 블러썸엠앤씨)을 580억원에 인수했으며, 지난해 말에는 사업 부문별 전문성 강화와 시너지 확대를 위해 휴온스네이처와 휴온스내츄럴, 휴온스메디케어와 휴온스메디컬을 각각 합병하기도 했다. 휴온스네이처와 휴온스내츄럴은 휴온스푸디언스로, 휴온스메디케어와 휴온스메디컬은 휴온스메디텍으로 거듭났다.
휴온스그룹의 궁극적인 목표는 토털 헬스케어 그룹이다. 존슨앤드존슨을 롤모델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 글로벌 헬스케어 그룹이 되고자 한다. 단기적으로는 건강기능식품에 힘을 싣고, 장기적으로는 백신 등 바이오의약품 CMO와 보툴리눔 톡신, 신약 등이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현재 연 매출의 약 7%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는데 투자 규모를 점차 늘릴 계획이다. 현재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은 심장질환치료제와 간질환치료제다.
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 개선(ESG)도 고삐를 당긴다. 환경의 경우, 제조공정상의 환경오염 감소 및 친환경관리를 추구하며, 사회는 휴온스그룹의 사회공헌 가치체계를 수립해 실행 중이다. 지배구조는 ESG 경영 실천을 위해 ESG위원회 조성과 상호 이익과 공동 발전 추구를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제약바이오 강국 위해 차기 정부는 대통령 직속 컨트롤 타워 설치해야
윤성태 휴온스글로벌 부회장은 다시 신발끈을 조이고 있다. K-바이오의 미래를 짊어지겠다는 각오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15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것이다.
윤 부회장은 2007년 협회 이사, 2012년 부이사장으로 적극적으로 활동해왔다.
윤 부회장은 지난달 15일 임기 2년의 신임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이 대변혁의 시기를 맞고 있다”며 “코로나19 팬데믹은 제약바이오산업의 보건안보적 가치를 재확인해주는 계기가 됐고, 글로벌 제약사들의 백신, 치료제 개발로 인한 엄청난 경제적 효과는 왜 우리 산업이 국민산업이자 국가 미래성장동력인지를 일깨워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협회가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 전통 제약사와 바이오 기업 및 초기 바이오벤처 등 모든 회원사들을 아우르며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함께 성장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뒷받침하겠다”고 다짐했다.
협회는 올해 사업 목표로 '제약강국 실현으로 국민건강과 국가경제 선도'를 내걸고 5대 추진전략과 20개 핵심과제에 힘쓸 계획이다.
제약강국이라는 말은 곧 세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세계에서 국내 제약회사와 국산 의약품이 경쟁력을 갖춘다면 요원하던 제약강국도 꿈이 아니다. 다만 이 같은 경쟁력을 갖추기에 국내 산업 규모는 너무 작다. 매출 1조원이 넘는 회사가 10개도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빅파마처럼 연구개발과 임상시험 등에 비용을 쓸 수도 없다.
결국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해외 빅파마 조차도 각국 정부의 과감한 투자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제약산업계는 일관성 있게 핵심만 추린 정부의 집중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것이 각 부처마다 산재된 지원 정책을 조율하고 알맞게 활용할 수 있는 콘트롤타워가 필요한 이유다.
협회는 3월 대선 이후 출범하는 차기 정부에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전주기적이고 통합적인 지원 등을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 컨트롤 타워(가칭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설치를 강력히 요구하기로 했다. 특히 제약∙바이오기업들의 늘어나는 교육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교육연구센터’를 설립, 협회의 직무교육 및 정책연구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제약강국 실현이라는 오랜 꿈을 위해 윤 이사장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업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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