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SK그룹의 배터리 부문 신설 법인인 'SK온(SK on)'이 1일 공식 출범했다. 배터리 부문에 조 단위 투자를 예고했지만, 구체적인 투자 내용은 알려지지 않아 자금 조달력이 법인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은 1일 이사회를 통해 기존 배터리 사업과 석유개발(E&P)사업의 신설 법인명을 각각 'SK 온', ‘SK 어스온(SK earthon)’으로 변경했다. SK온의 대표이사는 지동섭 배터리사업부문 대표가 맡기로 했다. 1962년 대한석유공사를 시작으로 가스, 석유화학 등 에너지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SK그룹에서 벗어나 전기자동차 시대에 2차 전지 전문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셈이다.
SK온은 이번 분사를 계기로 2030년까지 글로벌 선두 업체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영토를 넓히기 위한 광폭 행보도 예고했다.
미국에서는 현지 자동차업체인 포드와 손잡고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을 설립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늘리기로 했다. 두 회사가 공동으로 114억 달러(약 13조원)를 투자해 미국 내 역대 최대 규모 배터리 공장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중국 현지 법인에 10억 6000만 달러를 출자한다고 공시했다. 중국 옌청에 현지 네 번째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신설하기 위해서다. SK온의 공식 출범을 계기로 해외 투자 금액을 본격적으로 집행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자금 조달 능력이다. 배터리 사업 특성상 생산력과 매출 규모가 확대되면 원가 경쟁력 확보 등으로 장기적으로는 이익 창출 규모를 극대화할 수 있다. 다만 공장 증설 같은 인프라 구성에 들어가는 초기 사업 비용이 만만치 않다.
자회사 SK루브리컨츠의 지분을 매각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재정 건전성은 약해진 상태다. 이 회사의 부채비율은 지난 2017년 말 77.3%에서 2020년 말 149%로, 올해 3월에는 180.6%로 점차 악화하고 있다. 연간 3000억~4000억원 내외의 영업적자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자금 조달 방안이 마땅치 않다면 배터리 부문 신규 투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가장 쉬운 답안지는 기업공개(IPO)지만 주주 반발이 적지 않다. SK온은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로 편입되지만, 기존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은 신설법인의 주식을 직접 보유하기 어렵다. SK이노베이션 지분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소액주주(27.48%)와 국민연금(8.05%)의 반발이 적지 않은 이유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향후 5년간 약 30조원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연도별 투자 계획 등 구체적인 투자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규 법인을 통해 배터리 부문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계획 자체는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IPO, 지분 매각 등의 방식을 고려하더라도 상당 기간 투자 부담이 가중될 수 있고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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