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삼성SDI는 올해 1~8월 누적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량은 7.9GWh로, 글로벌 점유율 순위는 6위(4.9%)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배터리 시장 점유율에서 국내 2위, 세계 4위를 차지했던 삼성SDI는 1년 사이 SK이노베이션에 자리를 내줬다. 같은 기간 SK이노베이션의 글로벌 점유율은 6위에서 5위(5.4%)로 올라섰다.
추격에 성공한 SK이노베이션은 삼성SDI와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양사의 점유율 격차는 올 1~7월 누적 기준에선 0.3%포인트(0.4GWh)였지만, 1~8월 누적 기준에선 0.5%포인트(0.9GWh)가 됐다. SK이노베이션이 밝힌 배터리 사업 수주잔고가 1000GWh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SDI와의 격차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 안팎에선 삼성SDI의 보수적인 투자 기조가 시장 선점 경쟁에서 뒤처지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SDI의 자체적인 판단이 작용했겠지만, 시장 성장성 대비 투자를 보수적으로 진행한 측면이 강하지 않았나 싶다"라며 "선제 투자에 나서지 않으면 시장이 확대됐을 때 지위가 약화할 가능성이 있었는데, 예상보다 빠르게 그런 결과가 나타나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삼성SDI의 배터리 공급량 증가율도 전년 대비 77.9%로, LG에너지솔루션(154.4%)이나 SK이노베이션(140.9%)은 물론 시장 전체 성장률(139.3%)보다도 낮은 상황이다.
삼성SDI의 연간 투자 규모는 1조5000억원~2조원 수준으로, 이마저도 전기차용 배터리 외 소형전지 부문 투자를 포함한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연간 3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미국 포드(Ford)와의 합작사 '블루오벌SK' 설립을 공식화하고, 오는 2027년까지 각각 44억5000달러(약 5조1000억원)씩 투자해 미국 테네시·켄터키주에 129GWh 규모의 생산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각 회사의 투자전략이 동일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경쟁사들이 비교적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것일 뿐, 삼성SDI 또한 수익성에 주안점을 두면서도 시장 성장세에 맞춰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내년 초, 이르면 연내에 미국 진출에 나설 계획이다.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이 오는 2025년 7월부터 발효되면 북미에서 전기차 부품을 생산하지 않으면 관세 혜택을 받기 어려워진다는 것을 고려한 것이다. 현재로선 지난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시기적으로 늦지 않게 미국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이 전부다.
설비투자 경쟁에서 뒤진 삼성SDI는 기술개발을 통해 차세대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도 있다. 대표적인 게 전고체 배터리 분야다. 삼성SDI 관계자는 "다양한 고객사와 협업을 모색하고 있으며, 2027년 이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연구단계라 예단하긴 어렵지만, 목표 시점 기준으로는 국내 3사 중 가장 빠른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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