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합병에, 벤처투자에…' 제약바이오업계, 新성장동력 찾기 분주

이상훈 기자 2021-08-26 14:34:22
휴젤 1조7000억원에 매각, 규모만 커진 게 아니라 횟수도 늘어...벤처기업 투자도 적극적 유망한 기술 보유 업체 인수 및 합병으로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거품 많아 옥석가리기 중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데일리동방]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M&A 규모가 점차 커지고, 횟수도 늘고 있다. 또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도 적극적이다. 업계에서는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맞아 이같은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기업 행보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휴젤은 지난 25일 최대주주 LIDAC가 아프로다이트와 휴젤 보유주식 535만5651주(총 발행주식의 42.9%) 및 전환사채를 양도한다는 내용의 최대주주 변경 수반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수도 대금은 약 1조7000억원이다.

아프로다이트는 GS그룹과 국내 사모펀드 IMM인베스트먼트가 공동 출자한 해외 법인 SPC(특수목적법인), 아시아 헬스케어 전문 투자 펀드 CBC 그룹, 중동 국부펀드 무바달라로 구성된 다국적 컨소시엄이다.

이번 양수도 대금 1조7000억원은 제약 바이오 업계 M&A 최고 금액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금까지는 2018년 한국콜마의 CJ헬스케어(현 inno.N) 인수금액(1조3100억원)이 최고 금액이었다.

이처럼 M&A 규모만 커진 게 아니라 횟수도 늘었다. CJ제일제당은 CJ헬스케어를 한국콜마에 매각하며 의약품 산업에서 철수한 지 3년만에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업체 천랩을 약 1000억원에 인수하며 바이오 사업에 재진출했다.

지난 7월에는 엠투엔이 신라젠을 인수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엠투엔은 인수대금 600억원을 납입하며 회사 최대주주가 됐다.

신라젠은 한때 시총이 10조원을 넘으면서 코스닥 2위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면역 항암제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 3상 중단, 주요 경영진의 횡령 배임 혐의 등으로 상장 폐지 위기를 겨우 넘긴 채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새 경영진은 신규 파이프라인 도입 등을 통해 신라젠을 정상궤도에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사진=셀트리온]

셀트리온은 영국의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사인 익수다 테라퓨틱스의 최대주주가 됐다. 투입 금액은 약 530억원이다. 회사 측은 기존 항체 치료제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ADC를 새 사업모델로 정하고, 해당 분야 특화 기업인 익수다에 지분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셀트리온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합병도 앞두고 있다. 셀트리온그룹은 지난달 셀트리온홀딩스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와 셀트리온스킨큐어를 흡수 합병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합병 뒤엔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상장 3사 합병이 이어진다. 합병 구조나 시기 등 구체적 사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세 회사가 하나로 합쳐지는 건 거의 확실한 모양새다.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벤처기업 투자도 적극적이다. 일동제약은 지난 7월 신약 개발 벤처기업인 아이리드비엠에스의 주식 260만주를 인수하고 최종 지분율 약 40%를 확보해 해당 회사를 일동제약의 계열사로 편입하기로 결정했다. 지분 인수 금액은 130억원이다.

아이리드비엠에스는 일동제약 중앙연구소 사내 벤처팀에서 시작한 벤처기업으로 제약업계의 성공적인 사내벤처 육성 사례로 꼽히고 있다.

유한양행은 현재 보유 중인 30여개 파이프라인 중 절반가량이 벤처기업으로부터 도입한 ‘오픈이노베이션’의 성과물이다.
 

[사진=대웅제약]

대웅제약은 외부 스타트업 및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이미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에 액셀러레이터 등록을 마쳤다. 엑셀러레이터는 유망 기업에 투자해 일부 지분을 취득하고, 정해진 기간 멘토링과 교육 세션을 제공하는 민간기관을 말한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업계에서는 신약 개발 가속화 및 글로벌 시장 진출 등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행보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3단계에 걸친 임상시험을 수년간 진행하며 효과가 있는지 안전한지 등을 입증해야 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투입될 뿐 아니라 성공 비율도 높지 않다”며 “유망한 기술과 물질을 보유한 업체를 인수하고, 비슷한 사업을 하는 업체 간 합병으로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판단에 이 같은 움직임이 활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제약바이오 업계에는 그만큼 거품도 많아서 옥석을 고르는 안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