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물류난에 울고 웃는 기업들]① 치솟는 뱃삯에 조선·항공 웃는다

백승룡 기자 2021-08-24 08:00:09
경제 재개로 물동량 늘어나며 일부 항구 병목에 "부르는 게 값" 선박 발주 쏟아져 원자재 상승 불구 슈퍼사이클 초입부 자신 대한항공 5분기 연속 흑자 이어 아시아나항공도 흑자 전환

[사진=아주경제DB]

[데일리동방] "요즘 해상·항공 운임은 부르는 게 값이다."

바닷길과 하늘길 운임이 모두 역대 최고치를 새롭게 써 내려가는 상황을 두고 물류업계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상하이거래소(Shanghai Shipping Exchange)에 따르면 글로벌 컨테이너선 운임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0일 기준 4340.18포인트로 사상 최고치를 또다시 갈아치웠다. 지난 5월 7일(3095.16) 이후 15주 연속 상승세다. 지난해 8월 14일(1167.91)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치솟았다.

글로벌 물동량이 늘어난 데다가 항만 적체 등으로 물류망이 막히면서 해운 물류대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수에즈 운하에서 컨테이너선이 좌초하면서 통행이 6일간 마비된 데 이어 4월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항구에서 물류 병목현상으로 하역 적체가 빚어졌다. 6월엔 중국 옌톈항이 코로나19로 한 달 가까이 폐쇄되면서 선박의 발이 묶였다.

업계 안팎에선 선박 공급이 물동량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해 내년 초까지도 운임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하반기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와 추수감사절 등 전통적으로 물동량이 증가하는 계절적 성수기도 앞두고 있다.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옛 현대상선)은 상반기 매출액 5조3347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6883억원)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영업이익은 1367억원에서 2조4082억원으로 약 16배 증가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1976년 회사 설립 이래 최대 규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MM의 올해 3분기 매출은 3조109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81%, 영업이익은 1조5275억원으로 451.3% 각각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자료=Shanghai Shipping Exchange]

◇ 선박 발주 쇄도…항공운송 수요 급증

글로벌 해운 물동량이 늘어나면서 글로벌 선사들은 앞다퉈 선박 발주에 나서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2402만CGT로 전년동기(824만CGT) 대비 192%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14년 상반기 2810만CGT 이후 7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국내 조선사들은 이번 상반기에 1047만CGT(260척)를 수주하면서 전 세계 발주량 가운데 43.6%를 확보했다. 이런 수주 실적에도 국내 조선 3사는 상반기 한국조선해양(-8298억원), 삼성중공업(-9447억원), 대우조선해양(-1조2203억원) 모두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수주계약이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1~2년가량이 소요되는 데다가 선박 건조 비용 중 20%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해서다.

올해 '수주 랠리'가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하면 내년 이후 조선사들의 수익성은 큰 폭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후판 가격 상승만큼 수주가격도 높아지고 있다. 클라크슨리서치가 발표하는 신조선 가격지수는 이달 13일 기준 144.69를 기록해 작년(127.75)보다 13.2% 상승했다. 선가가 오른 만큼 급등한 원자재 비용을 상쇄할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조선업계가 적자 속에서도 슈퍼사이클 초입부라고 자신하는 이유다.

◆ 대한항공, 여객터미널에 신선 화물 시설 추가 계획   

이처럼 운송할 배가 모자라자 긴급물자는 하늘(항공)로 경로를 바꿨다. 덩달아 항공 운임도 고공행진 중이다. 항공화물 운임지수(TAC)에 따르면 홍콩~북미 노선 운임은 지난달 1kg당 7.9달러로 지난해 최고치(7.73달러)를 웃돌고 있다. 코로나 이전 최고치는 1kg당 5달러에 불과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FSC)들은 여객수요 절벽 속에서도 화물사업으로 코로나19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2분기 영업이익은 1969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부터 5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하고 있다. 2분기 매출액 1조9508억원 가운데 화물사업 비중은 77%(1조5108억원)에 달했다. 올해 1분기 적자(-112억원)를 기록했던 아시아나항공도 2분기 영업이익 949억원을 기록하며 한 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아시아나항공도 2분기 매출액 9335억원 중 화물사업 비중은 75%(7082억원)에 달했다.

이들 항공사는 통상 일반화물보다 운임 단가가 20%가량 높은 특수화물 수송을 강화하고 있다. 특수화물은 항공사가 개별적으로 품목을 구별해 지정하는 것으로 △과일 △동물 △반도체 장비 △전기차 배터리 △의약품 등이다. 효자품목인 과일 수송을 위해 아시아나항공은 로스엔젤레스·샌프란시스코 등 노선에 임시 비행편과 여객기를 개조한 화물 전용기를 대거 투입했다. 대한항공은 인천공항에 신선 화물을 보관할 냉장·냉동시설(1292㎡ 규모)을 운영 중인데,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1872㎡ 규모의 보관시설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