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해운사 얼라이언스 재편에 부산항 '동북아 물류허브' 제동

임효진 기자 2024-05-02 07:10:06
제미나이 협력, 부산항 유럽노선 기항지 제외 BPA "유럽노선 환적 물량 최대 10만TEU 감소" 부산항 터미널 운영사 수익성 악화 불가피
부산 동구 부산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내년 2월 세계적인 선사 머스크(선복량 2위)와 하파그로이드(선복량 5위)가 새로운 해운 동맹 ‘제미나이 협력’을 결성하기로 하면서 국내 해운·항만 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미나이 협력이 유럽~아시아 노선에서 부산항 ‘패싱’을 발표하면서다.

최근 제미나이 협력은 전 세계 주요 항로 중 하나인 유럽~아시아 항로에서 한국 부산항과 일본, 대만 등을 주요 항구(기항지)에서 제외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유럽~아시아 항로의 아시아 지역 허브항으로는 중국 상해 양산항, 싱가포르항, 말레이시아 탄중 펠레파스항을 선정했다. 이렇게 되면 머스크와 하파그로이드가 직접 운항하는 유럽노선 모선은 더 이상 부산항에 들르지 않게 된다.

머스크와 하파그로이드가 기존 동맹을 깨고 제미나이 협력을 구성한 주된 이유는 선박이 약속한 시간에 도착하는 ‘정시성’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제미나이 협력은 현재 50~70% 수준에 머물고 있는 정시성을 90%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하파그로이드가 HMM이 소속된 해운 동맹 ‘디얼라이언스’를 탈퇴한 이유다. 

제미나이 협력이 글로벌 해운업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정시성을 높이기 위해 택한 전례 없는 방식 때문이다. 제미나이 협력은 기항지를 줄이고 ‘허브앤스포크’(Hub&Spoke) 체계 정비에 나서며 아시아 네트워크를 19개 주요 항구와 환적 허브로 통합했다. 허브앤스포크는 허브 항만을 중심으로 대량의 화물을 운송한 뒤 중소 항만에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운송 비용을 절감하고 배송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부산항은 북미 노선에서는 허브항 자격을 유지하지만, 유럽 노선에서는 허브항만 지위를 박탈하고 ‘피더항’으로 전락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해운업계에서는 부산항의 환적 물동량이 급격하게 감소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피더항은 대형선인 모선 대신 허브항까지 중·소형 컨테이너선으로 짐을 실어 옮기는 피더선이 기항하는 지역항을 뜻한다. 

부산항의 지난해 컨테이너 물동량은 2315만TEU(컨테이너 운송에서 사용되는 크기의 단위)인데 이 중 환적 물동량이 53% 가량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부산항만공사(BPA)는 환적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유럽 노선 확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머스크와 하파그로이드 같은 대형 선사가 부산항을 유럽 노선 기항지에서 제외한다고 하면서 국내 해운업계에서 환적 물량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꾸준히 제기된 이유다.

이와 관련해 이응혁 BPA 국제물류지원부장은 “유럽 노선의 환적 물동량 이탈은 머스크와 하파그로이드가 처리하는 10만TEU 이하일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북미 노선의 경우 오히려 30만TEU 가량 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장 하파그로이드가 부산항에 기항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부산항 신항 1, 3, 4부두 운영사들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은 "환적 화물 물량이 줄면서 모선이 들어올 때 먹고 살던 터미널 운영사, 하역회사, 장비회사 등이 당장 위기에 처하게 됐다"며 "최근 7부두 동원글로벌터미널(DGT)을 개장했고 광양항에도 무인 터미널을 만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부산항 패싱으로 늘어난 ‘캐파’를 채울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