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나 몰래 가입된 보험이 7개”…피해자 항의에도 GA코리아 ‘모르쇠’

최석범 기자 2021-08-11 16:01:32
개인정보 도용해 무단 계약 체결…해피콜 인증에 제3자 대역 쓰기도 GA코리아 본사, 허위계약 발생 파악 조차 못해…내부통제 사실상 먹통

[사진=GA코리아 홈페이지 캡쳐]

[데일리동방] 법인보험대리점(GA) 업계 2위 GA코리아의 내부통제가 미흡하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지역본부 한 지사에서 다수의 허위계약이 발생했지만 정작 본사는 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돼 GA코리아의 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GA코리아 지역본부 소속 한 보험설계사가 다수의 허위계약을 조작한 정황이 포착됐다. 소비자를 모집하고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고객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사용한 사실이 확인됐고, 각종 보험서류 속 자필서명과 해피콜(완전판매모니터링)을 제3자 대역이 처리한 정황도 드러났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올해 7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차량 접촉사고 보상금을 확인하기 위해 가입한 보험 내역을 조회하던 중 가입하지도 않은 보험상품 7개에 본인의 이름이 피보험자로 올라 있는 것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A씨가 피보험자로 가입된 상품은 △삼성화재 무배당 실손의료보험 △삼성화재 건강보험마이헬스파트너 △현대해상 무배당 퍼펙트플러스종합보험 △AIG손해보험 무배당 올인원 건강보험 △한화생명 수술비종신보험 등 총 7개 상품이었다. 이들 상품은 모두 올해 1월부터 5월 사이에 A씨의 동의도 없이 계약이 체결돼 있었다.

A씨는 보험계약에 본인 이름을 올린 보험설계사를 확인하는 작업이 착수했다. 지난달 13일 삼성화재에 연락해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GA코리아’라는 판매대리점 소속 보험설계사 B씨가 A씨의 계약을 모집했다는 설명을 듣게 됐다.

A씨는 곧바로 해명을 듣기 위해 B씨와 통화를 했다. 상황을 종합하면 A씨와 B씨의 어머니가 평소 친한 관계를 유지해 온 관계인데, A씨의 어머니 부탁으로 B씨가 A씨 명의로 보험상품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B씨가 보험모집·체결 과정에서 A씨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이 과정에서 B씨는 제 3자인 C씨를 A씨의 대역으로 활용했다. A씨의 서명을 C씨에게 대신 하도록 했고, 완전판매모니터링 절차인 해피콜 전화도 C씨에게 걸어 계약절차를 마무리 했다.

상법에는 보험계약자가 불특정 타인을 위해 보험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가입자의 사망을 담보한 보험상품에 가입할 때는 반드시 본인의 서면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A씨가 가입한 대부분의 상품은 기본계약에 상해사망을 담보하고 있는 상품이다. 따라서 피보험자인 A씨의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했다.

A씨는 즉각 GA코리아에 전화해 항의했지만, GA코리아의 성의 없는 일관된 태도에 더 분노했다. A씨는 19일 GA코리아 본사 RM팀에 전화해 본인의 동의 없이 보험에 가입된 것을 설명하고 항의했다. 같은 날 B설계사가 소속된 지사에도 연락했지만, A씨는 어느 한 곳으로부터도 회신을 받지 못했다.

현대해상의 경우 지난달 23일 공식회신문을 통해 B씨에 대한 영업정지 등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A씨에게 전했다. 삼성화재, AIG손해보험, 한화생명 역시 비슷한 시기에 회신문을 통해 계약을 무효처리하겠다고 밝혔다.

A씨는 “GA코리아 소속 설계사가 제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이용해 보험에 가입시켰다. 수차례 항의를 했지만 어떤 답변이나 사과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GA코리아 차원의 책임있는 사과를 원하고,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당 설계사에 대한 징계가 내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GA코리아의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이 같은 불건전영업행위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금융당국은 GA의 위법행위로 소비자피해가 발생하자, 유관협회를 통해 표준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고 각 GA에 적용토록 한 바 있다. 내부통제기준 속에는 고객정보보호 및 민원·분쟁처리 절차 수립을 통한 소비자 보호 강화, 영업행위 기준 마련을 통한 건전한 보험영업 유도 등이 담겼다.

이에 대해 GA코리아는 “사실관계를 확인해보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반복했다.

한편, GA코리아는 과거에도 보험계약 모집 과정에서 자필서명을 받지 않고 임의로 서명토록 해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 과태료 2450만원을 받은 사례가 있다. 지난달 12일 소속 설계사가 보험금을 편취해 보험사기로 영업정지 제재를 받았고, 26일에는 소속 설계사가 타 설계사의 명의를 이용해 보험계약을 모집하고 수수료를 받아 제재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