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가상자산 가격이 연일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중소형 가상자산 거래소에 실명확인 계좌를 개설해 주겠다는 신종 사기가 등장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로비스트를 자처한 일당들은 금융당국과의 친분을 내세우며 계좌 개설 대가로 거액을 요구하고 있어, 자칫 거래소 사기 피해가 투자자들의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를 운영하는 A씨는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본인을 로비스트라고 소개하며 접촉을 시도한 이는 금융감독원 핵심 인물과 친분이 있다며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면 실명확인 입출금계좌를 개설해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시행 등으로 사실상 거래소 운영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전화 속 인물과 오프라인 접촉을 시도했다. 하지만 전화를 건 이는 지속해서 금전 입금을 요구했고, 이에 의심을 품은 A씨가 상대를 추궁하자 전화를 끊어버렸다.
A씨는 “실명확인 개좌 개설이 중소형 가상자산 거래소의 명운에 절대적인데, 거래소 운영자의 이 같은 간절함을 노리는 사기꾼이 등장했다”며 “최근에는 많은 거래소들이 ‘어떻게든 실명계좌를 받으면 한 몫 크게 쥘 수 있다’는 생각하는 것 같아 사기에 쉽게 노출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특금법 시행 후 가상자산이 제도권으로 편입될 기류를 보이자 등장한 신규 보이스피싱 범죄로 보고 있다. 현재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대 거래소를 제외한 가상자산 거래소는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계좌를 받지 못한 상태다.
최근 시행된 특금법에서는 원화로 암호화폐 거래하기 위해서는 은행에서 실명확인계좌를 발급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거래소를 가상자산 간 거래만 중개할 수 있다. 사실상 은행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하면 마땅히 수익을 낼 방법이 없어 거래소 폐업이 불가피하다.
관련업계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자격 요건을 갖추려는 노력 없이 실명계좌 발급에만 집착하는 현상을 지적하기도 한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한 관계자는 “4대 거래소를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형 거래소가 영세한 탓에 특금법이 규정하고 있는 자금세탁방지(AML) 등의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다”며 “최소한의 조건도 충족하지 못한 수많은 거래소가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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