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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불안석 디지털화] ②“'유령주식 사태'가 두렵다”…실시간 감시 없는 공매도시스템 ‘불신’

김태환 기자 2021-04-07 15:10:22
삼성·유진투자, 과거 직원 실수로 없던 주식 매도 개인투자자 “실시간 감시 시스템 반드시 필요하다” ·금융당국 “사후 적발 시스템 만으로도 예방 효과”

[공매도 재개를 반대하는 개인투자자가 올린 청와대 청원,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데일리동방] 5월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개인투자자 대주시스템, 불법 공매도 감시시스템 등이 구축되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불안은 여전한 것으로 파악된다. 과거 삼성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에서 배당 입력 오류로 이른바 ‘유령주식 사태’가 불신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시스템에서는 불법으로 분류되는 ‘무차입 공매도’를 사전에 잡아낼 수 없어 시장을 교란시킬수 있다는 불안이 높은 가운데, 금융당국은 사후 적발 시스템도 충분한 예방효과가 있다는 입장이다.

◇직원 입력 오류에 28억원→112조원 ‘뻥튀기’···시스템 미비가 무차입 공매도 원인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2018년 112조원대의 우리사주 배당 입력 오류로 홍역을 치른 전례가 있다.

삼성증권은 2018년 4월6일 2017년 결산에 대해 우리사주 283만주에 1주당 1000원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직원의 입력 실수로 1000주를 입력했다. 이를통해, 우리 사주로 받을 주식이 1주 있는 직원이 1000주를 받게 됐다. 당시 4월5일 종가 기준으로 1주당 가격이 3만9800원임을 감안하면 3980만원으로 뻥튀기됐으며, 우리사주조합 배당액 28억원은 112조원으로 불어났다.

이에 일부 직원들은 장이 열리자마자 차액을 얻기 위해 매도 물량을 501만3000주나 쏟아냈다. 전일 전체 거래량 51만주 였음을 감안하면 10배 가까운 물량이 특정 시각에 쏟아져 나온 것이다.

이 때문에 증권사에서 벌어지는 ‘무차입 공매도’가 이런 형식으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공매도는 크게 차입 공매도와 무차입 공매도로 나뉜다. 차입 공매도는 이미 있는 주식을 빌려서 매도하는 것을 말하고 무차입은 없는 주식을 마치 있는 것처럼 빌려 판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증권 사례는 직원의 실수로 밝혀졌지만, 정말 증권사에서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한다면, 없는 주식을 있는 것처럼 만들어 매도할 수도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게 된 것이다.

유사한 사례로 2018년 유진투자증권의 유령주식 사태도 발생했다. 유진투자증권은 당시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중 하나인 '프로셰어즈울트라숏 다우 30' 종목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해당 ETF가 4:1 비율로 주식 병합을 추진했다.

하지만 병합 결과를 뒤늦게 시스템에 반영하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1주가 4주로 불어나는 효과를 받게 됐고, 차액을 노려 매도를 진행하는 사고가 터졌다.

◇개미 “불법공매도 실시간 감시 필요”···금융당국 “사후시스템도 예방효과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아직까지 유령 주식 트라우마를 떠올리며 공매도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권익 보호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2월 공매도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공매도 재개 전 100% 전산화된 무결점 무차입 공매도 적발시스템 도입을 요구하고 기존 1개월 주기가 아닌 매일 실시간으로 불법 공매도를 적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도 개인투자자가 ‘공매도 제도 개선, 금융적폐 청산, 금융위원장 해임을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해당 게시글에서 청원인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필수 항목인 무결점 무차입공매도 적발시스템 가동, 대차거래 전산화에 외국인 포함 및 수기 병행 금지, 불법 공매도 점검 주기를 1개월에서 1일로 변경 등의 개선 없는 공매도 재개를 결사반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비용과 효용 측면에서 실시간 불법 공매도 적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해 사후적발 시스템을 우선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또 한국거래소에서는 불법공매도 ‘공매도 규제 특별 감리팀’을 신설하고, 공매도 점검주기를 6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하고, 시장조성자의 의무위반 점검도 대폭 강화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실시간 적발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소요되지만 효율성은 낮아 무리가 있다”며 “고속도로 감시카메라 단속이 실시간으로 벌금을 매기는 게 아니라 사진 찍힌 이후 사후에 처벌 하지만 사고 예방 효과 나타나는 것처럼, 사후 적발 시스템도 분명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