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대차도 배터리 내재화?...수익성ㆍ자금마련 걸림돌

김덕호 기자 2021-03-29 16:08:40
현금성 자산 17조...폭스바겐 절반 수준

아이오닉 5의 충전포트 모습.[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데일리동방] 유럽 최대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을 비롯한 글로벌 전기차 기업들이 속속 배터리 자체 생산을 결정하면서 현대자동차도 관련 움직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가격의 30~40%를 차지하는 만큼 배터리 부문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전기차 시장 선점에 보다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에 이어 폭스바겐이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했다. 2030년까지 6개의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고, 자사 배터리 탑재 차량을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공장을 설립중이고, 토요타 역시 배터리 내재화를 위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현대자동차 역시 내부 연구개발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대규모 설비 투자, 또는 배터리 관련 사업 진출 가능성은 밝히지 않고, 국내 배터리업계와 협업을 강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가 배터리 내재화 전략 발표에 적극적이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투자비 대비 수익성이 낮은 것, 그리고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적다는 것이다.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업 중 가장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회사는 중국의 CATL다. 영업이익률은 약 5%로 추정된다.

하나금융투자증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2025년 연간 59GWh(5조9000억원), 2021~2025년 누적 배터리 소요량은 179GWh(309만대)다. 총 예상 구매액은 19조9000억원 수준이다. 현대차가 CATL의 영업이익률(5%)를 낸다고 가정하면, 절감 비용은 2025년 3000억원, 2023~2025년 7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지난해 기준 현대자동차의 현금화 가능 자산(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연결)은 17조818억원이다. 폭스바겐의 현금성 자산(38조원) 대비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통상 10GWh 배터리 공장을 짓는 데 투입되는 금액은 약 3조원이다. 이를 오는 2025년 현대차 전기차 배터리 예상 소요량(59GWh)에 맞춰 계산하면 약 18조원이 필요하게 된다.

배터리 설비 정상화까지의 수율, 품질 비용이 더해지는 것을 감안한다면, 투자 대비 얻는 실익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선발 배터리 제조업체들 대비 상대적으로 단가 인하 능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라며 "배터리 내재화 후 문제가 발생할 경우 잠재적인 리콜비용이 상승한다는 점 도 고려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전고체 배터리가 전기차 업계 표준이 된다면 현대차그룹도 배터리 내재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18년 미국 솔리드파워에 투자하며 배터리 산업에 발을 딛었고, 최근에는 남양연구소 내 배터리 개발실 연구개발 조직을 선행기술·생산기술·배터리기술 3개 부문으로 확대했다. 2025년 전고체 배터리 탑재 차량 시범 생산, 2027년 양산준비, 2030년 본격 양산에 들어가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에 업계에서는 현대차 '수직계열화' DNA가 더해진다면 배터리 내재화 추진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1990년대부터 철강, 자동차, 연구개발 부문의 내재화를 추진했고 쇳물(철강, 현대제철), 특수강(현대종합특수강, 부품제조(현대모비스), 조립(현대자동차)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 냈다.

다만 업계에서는 원가 구조 파악, 배터리 원자재 매입 경쟁력 등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소재 공급망이 없기 때문에 전면적인 제조에는 나서지 못할 것"이라며 "자신들의 전기차에 탑재할 배터리를 설계하고, 이를 바탕으로 배터리 제조사와의 가격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