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재계에 따르면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내달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직 사임을 끝으로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 지난해 정의선 회장이 수석부회장에서 직함을 변경하면서 예상됐던 일이 공식화되는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18일 주주총회 소집 공시에서 ‘투명경영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개편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했다. ESG 분야까지 안건 논의 범위를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대차와 기아도 같은 취지의 정관 변경을 계획 중이다.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를 위한 일환중 하나지만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기아는 각각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다. 국내 재계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사회 독립성 부문에서 현대차그룹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대차그룹은 투명경영위원회를 통해 이를 보완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왔다.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개편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차그룹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완성 지배구조에 있다. 지배구조 개편이 진행형인 가운데 과거 엘리엇매니지먼트 공격 등은 그 취약성을 드러냈다.
지난해 정몽구 명예회장이 현대차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날 당시 정의선 회장이 그 자리를 대신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정 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맡으면서 현대차그룹에 우선 중요한 것은 이사회 독립성보다 책임경영에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외부세력 공격에 대비한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정 회장 시대가 공식화되면서 주력 계열사 이사회가 ESG를 직접 챙기는 것 역시 아직은 ‘독립성’보다 ‘책임경영’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IB관계자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 분리가 지배구조 투명성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만 정해진 답은 없다”며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앞두고 있어 지속가능경영위원회 개편 등으로 ESG를 강화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지배구조 개편이 완성된 후 이사회 독립성까지 마련한다면 정 회장 입지는 더욱 탄탄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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