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손을 뗄 전망이다. 등기이사로서는 아직 임기가 남았지만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조직 변화에 발맞춰 조기 퇴진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오는 3월 24일 열리는 현대모비스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등기이사직에서 퇴임할 예정이다. 후임으로는 고영석 연구개발(R&D) 기획실장(상무)이 추천됐다.
정 명예회장이 등기이사직은 내려놓더라도 미등기임원직은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해 현대차 등기이사에서도 물러났지만 미등기임원직은 유지하고 있다.
정 명예회장의 이번 등기이사 퇴임에 대해 업계에서는 시기의 문제였을 뿐 예정된 일이었다는 의견이 많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현대차 등기이사직에서 퇴임했고, 같은 해 10월 14일 정의선 수석부회장에게 공식적으로 회장 자리를 넘겨주었기 때문이다.
정 명예회장의 현대모비스 등기이사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아직 1년 남았지만 몇 가지 이유로 조기 퇴임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은 지배구조 개편이다.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구조로 인해 정부로부터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꾸준히 지적받았다. 경제 3법과 중대재해법 등의 통과로 기업에 대한 정부의 목소리가 커지는 지금 빠른 개편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특히 내년이면 경제 3법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강화하면서 총수 일가 지분 20% 이상인 계열사가 규제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정 명예회장 부자 등 총수 일가가 약 30%의 지분을 보유한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10%가량의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정의선 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기 위해서는 정 명예회장 본인이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는 것이 혼선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의선 회장의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지분은 각각 2.62%·0.32%로 지분 승계 작업이 더딘 상황이다. 정의선 회장이 정 명예회장 퇴임으로 지분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조직의 변화도 정 명예회장의 퇴임을 앞당긴 요인인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18일 주주총회 소집 공시에서 기존 '투명경영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개편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했다.
“‘지속가능경영위원회’에 ESG 관련 의사결정 권한을 더해 ESG 경영체계를 고도화할 계획”이라는 것이 현대모비스 측의 설명이다. 현대차와 기아도 가까운 시일 내에 이사회를 거쳐 정관을 변경하는 주총 안건을 확정하고 공시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지속가능경영위원회’가 앞으로 ESG 경영의 중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현대차 그룹은 생산의 효율성과 그로 인한 수익 창출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던 제조업식 경영을 벗어나 지속가능경영으로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조업 현대차의 상징인 정 명예회장의 퇴임으로 현대차그룹 경영 기조가 완전히 바뀌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 명예회장의 용퇴는 경영환경의 변화와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한 현대차그룹 내부의 변화를 임직원들이 보다 빠르게 실감하고 적응하는 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명예회장의 최측근인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과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 등이 지난 연말 인사에서 고문으로 위촉되는 등 정의선 체제가 자리를 잡았다는 점도 용퇴 시기를 앞당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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