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각각 3000억원 규모의 채권 발행을 준비 중이다. 전액 ESG채권으로 자금을 조달해 친환경차 개발에 투자하고 탄소배출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조달 일정과 규모를 확정한 곳은 현대차다. 내달 2일 수요예측을 진행하며 만기는 3년물(1500억원), 5년물(1100억원), 7년물(400억원)로 구성했다. 수요예측 결과에 최대 6000억원으로 발행한다. 최대치를 최소 발행물량의 2배로 열어둔 만큼 자금조달과 투자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기아차는 2월 중순 경 수요예측을 진행할 계획이며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최대 6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공모시장 문을 두드린다. 현대차는 2016년, 기아차는 2015년과 2017년에 각각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시장 단골손님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국내서는 지난해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우량기업들 조차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차는 신용등급이 강등된 직후였던 탓에 우려도 컸지만 대규모 자금이 몰리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두 기업의 실적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빛이 났다. 대규모 품질비용 충당금 반영에도 판매 라인업을 강화하고 제품 믹스 개선 등에 힘입어 수익성을 높였다. 지난 2017~2018년 이후 양사 부채비율은 높아지고 있지만 비용절감 효과 등을 확인한 만큼 ‘레버리지 경영’에도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차는 이미 글로벌 완성차 업계를 주도하는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현대차와 기아차도 조달한 자금을 전액 전기차 개발과 품질확보 등에 투입하는 만큼 수요는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 요인이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현대차에 이어 기아차도 전기차 리콜을 실시했다. 관련 대수가 많지 않지만 이미지가 중요한 자동차 브랜드에 타격을 입었다. 다만 문제 해결을 위해 자발적으로 움직였다는 점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현대차와 기아차 주가는 전기차 등 성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역사적 고점을 돌파하기도 했다. 채권 시장에서도 주식 시장 못지않은 흥행을 보여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IT기업들이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면서 시장 경쟁이 격화될 수 있다”면서도 “자동차의 본질인 ‘편리한 이동’을 충족하기 위한 노하우는 완성차들을 뛰어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와 기아차 시장 금리가 이미 낮아지는 추세에 있고 지난해와 달리 성장을 위한 조달이라는 점에서 흥행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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