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한투·메리츠증권, 떨어지는 ROA…헤지손익·IB 수익감소가 원인

김태환 기자 2020-12-23 14:21:13
한투증권 1분기 파생결합증권 관련 4000억원대 손실 메리츠증권 주력사업 부동산 축소로 수입 감소 현실화

[사진=한국신용평가]


[데일리동방] 대형증권사들 중 한국투자증권과 메리츠증권이 총자산수익률(ROA) 하락세를 보이면서 경쟁사 대비 수익성 지표가 악화되고 있다. 파생결합증권을 발행해 운용하면서 자체헤지 손실이 발생하거나 투자은행(IB) 부문에서 주력사업 축소에 의한 수익 감소 등으로 수익성이 떨어진 것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3분기 ROA는 0.9%로 전년 동기(1.5%) 대비 0.6% 하락했다. 같은 기간 메리츠증권의 ROA도 1.3%로 전년 동기(2.2%) 대비 0.9% 내린 상태다.

반면 같은 기간 경쟁사들은 ROA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래에셋대우의 ROA는 0.7%에서 0.9%로 올랐으며, NH투자증권도 0.8%에서 1%로 상승했다. 삼성증권과 KB증권은 각각 1%와 0.8%대로 유지되는 모습을 보였다.

ROA는 총자산이익률로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다. 총자산에서 당기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을 설명한다. 두 회사의 ROA가 하락했다는 것은 자산에 비해 이익을 많이 내지 못했다는 의미다.

한국투자증권의 ROA 저하는 파생결합증권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헤지손익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투증권의 올해 3분기 기준 파생결합증권 발행잔액(12조7000억원) 중 상대적으로 운용리스크가 높은 원금비보장형(ELS, DLS) 상품잔액이 6조8000억원으로 집계된다. 이중 자체헤지 비중은 70% 수준으로 관련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실제 한투증권은 2020년 1분기 중 자체헤지 관련 대규모 손실이 발생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총 -1338억원 규모의 손실에서 주가연계증권(ELS)과 주식, 채권 등 국내외 금융자산 가격 변동에 따른 손실은 -4574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한투중권의 경우 ELS, DLS 상품잔액이 자기자본 대비 127.3%로 다소 높은 수준"이라며 "자체헤지 규모와 운용전략, 그리고 관련 수익성 회복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메리츠증권의 경우 ELS, DLS 상품잔액이 3조1000억원, 자체헤지 비중은 41.5% 수준으로 파생결합증권 관련 위험요소는 상대적으로 낮다. 다만 메리츠증권은 배당수익 감소와 대출금 이자 감소 등의 원인으로 수익성 지표가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메리츠증권의 충당금+대손준비금은 2017년 1510억원에서 2018년 2509억원, 지난해 3126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해왔으며, 올해는 3분기까지 2709억원을 기록했다.

신평사 관계자는 "메리츠증권 종속기업 등으로부터의 배당수익 감소와 대출금 이자 감소 등 금융부문 수익 감소와 판관비 및 대손상각비 증가, 일부 지분법적용투자 관련 손상차손 반영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규모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메리츠증권의 주력 사업인 부동산금융을 축소하는 전략이 오히려 수익규모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메리츠증권은 보유 중이던 부동산 자산을 매각해 채무보증 잔액을 낮추고 있다. 지난해 4분기 8조5000억원이던 채무보증 잔액은 올해 2분기 6조2000억원 규모로 감소했다.

또 다른 신평사 관계자는 "향후 비우호적인 영업환경과 부동산 관련 자산감축 등으로 회사의 주력 사업인 부동산금융을 중심으로 회사의 수익규모 저하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다만, 부동산 자산 감축은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비율을 줄이는 등 위험도를 낮추는 방안이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진행돼야 하는 부분이며,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