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엠엔소프트, 현대오트론과 3사 합병을 결정했다. 현대차그룹은 그룹내 분산된 소프트웨어 역량을 통합해 급변하는 모빌리티 환경과 시장 경쟁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오토에버는 정의선 회장이 지분 9.57%를 보유하고 있어 승계를 위한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지목돼왔다. 합병 이후 정 회장 지분율은 7.44%로 줄어들지만 전체 기업가치가 늘면서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힘을 실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 회장 승계 재원으로 지목되는 또 다른 곳은 현대글로비스다. 최근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총수일가 지분 20% 이상으로 확대(기존 30% 이상)됐다. 정 회장 총수일가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29.9%(정 회장 지분 23.3%)로 10%가량을 팔거나 내부거래를 줄여야 한다.
현대글로비스는 중고차 시장 진출 계획과 동시에 최근에는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 그룹 핵심계열사와 함께 미국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에 참여했다. 두 사안의 공통점은 내부거래를 줄이는 데 있다. 특히 후자는 현대차그룹이 단순 자동차사업에 국한되지 않을 것을 암시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로 지분 매각보다는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통해 대응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지만 결국 핵심은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정 회장이 어떻게 확보하는지 여부다. 순환출자 해소와 동시에 그룹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효율적인 대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 현대오토에버 상장 이후 현대엔지니어링 기업공개(IPO) 등을 점쳐왔던 이유다.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오토에버 합병도 거론된다. IT와 물류 시너지 효과는 물론 양사 모두 정 회장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승계 자금 마련에도 힘을 실을 수 있다.
현대오토에버가 합병을 선언하면서 글로비스와 통합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통과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단기 내 내부거래 축소만으로 돌파하기는 어렵다. 현대오토에버 몸집이 커질수록 현대글로비스와 합병 시 총수일가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이 낮아져 개정안 대응을 위해 병행할 수 있는 카드로 지목된다.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오토에버는 신성장 동력을 지속 확보하고 있는 단계다. 따라서 두 회사 합병 시 온전히 시장가치로 평가받아 비율을 산정하게 된다.
지난 11일 현대모비스 이사회는 현대오트론 자동차용 반도체 사업부문 인수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그간 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로 거론됐던 전장부품, IT·물류 등 통합이 본격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오토에버 합병을 통해 물류와 IT 시너지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대모비스 중심 전장부품사 합병, 현대위아 등 기계부품사 합병 등도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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