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은 지난달 13일 창립 이래 첫 비정기 인사를 단행했다. 가장 시선이 쏠린 부분은 ‘그룹 2인자’로 불리는 황각규 전 롯데그룹 부회장 퇴임이었다. 소식이 전해지자 황 부회장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롯데그룹 주력 계열사 실적 부진이 지속돼 온 탓이다.
황 전 부회장은 서신을 통해 시장 노이즈를 진화했다. 사회적 변화로 그룹에도 혁신이 요구되는 가운데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는 취지다. 이미 지난해 사임 뜻을 밝혔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황 전 부회장은 완전히 물러나지 않았다. 롯데지주 이사회 의장직을 유지하는 것이 비정기 인사보다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지배구조는 통제 메커니즘(mechanism)을 뜻한다. 그 핵심은 의사결정이며 법적으로는 의결권이 이를 뒷받침한다. 오늘날 기업 의사결정은 주주에게 있지만 대부분 이사회가 위임을 받는다. 지배구조 핵심으로 이사회가 지목되는 이유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지배구조는 지분율과 이사회를 통한 기업 통제력 등을 종합적으로 아우르는 것”이라며 “이중에서도 이사회는 기업과 연관된 모든 의사결정에 있어 핵심이기 때문에 지배구조를 논하려면 이사회 구성원과 그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사회를 보면 해당 기업이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며 “시중에 떠도는 소문 등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황 전 부회장하면 ‘인수합병(M&A’)과 ‘지배구조’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 두 가지는 롯데그룹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2015년 ‘형제 간 경영권 분쟁’ 이후 2017년 지주사 출범을 거쳐 현재까지 그룹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꼽힌다.
이번 롯데그룹 인사는 외형(M&A)보다는 내실을 다져 실적 성장을 이루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황 부회장 퇴임과 이동우 하이마트 사장이 롯데지주 대표이사로 발탁된 탓이다. 한편으로는 지배구조 개편 의지가 여전하다는 점을 방증한다.
롯데지주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지난 3월 사내이사 2명(신동빈, 황각규), 사외이사 4명(이윤호, 곽수근, 권오곤, 김병도)이 연임했다. 롯데지주는 이들 6명이 롯데그룹 순환출자 해소와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기여를 연임 사유로 제시하고 있다.
황 부회장 퇴임으로 새로운 ‘그룹 2인자’가 된 송용덕 부회장은 지난 3월 이사회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그룹 호텔사업 발전에 대한 기여도가 높게 평가됐다. 호텔롯데는 신동빈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핵심 중 핵심이다. 롯데그룹이 기업가치 제고보다 지배구조 개편에 더 집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외부요인(사드, 코로나19, 유가 등) 탓은 변명에 불과하다. 그만큼 롯데그룹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질타로 돌아오게 된다.
사모펀드 관계자는 “중국 사드 보복과 코로나19가 롯데그룹 경영에 악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2015년을 정점으로 기업가치 하락이 본격 시작됐다는 점은 결국 경영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롯데그룹이 지주 전환을 하지 못하고 현 상황을 맞이했다면 부정적 시각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며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가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믿음을 투자자들이 가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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