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기업'S토커-롯데] ‘한국롯데’의 ‘일본롯데’ 활용법

이성규 기자 2020-09-11 10:00:36
공정거래법 허점 이용, ‘외국계’ 회사와 지분 거래 지주, 계열사 지분 확보…호텔 유동성 공급 효과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그룹 제공]

[데일리동방] 롯데그룹이 ‘일본 기업’ 논란에 대해 한국 기업이라며 적극적으로 해명해왔지만 일반 소비자를 완전히 설득하진 못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일본 롯데 계열사와 지분 거래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관련법 허점을 이용해 실속을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8월 롯데그룹은 창립 이래 처음으로 비정기 인사를 단행했다. 외부에서 보는 것과 같이 내부적으로도 그룹 위기감이 팽배하다는 신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입장에선 단순 계열사 실적부진 문제로 치부하기 어렵다. 수년간 경영권 분쟁에서 일본 롯데 계열 지지를 받은 만큼 ‘성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탓이다. 주력 계열사 실적 개선은 지배구조 개편을 원활히 하는 역할을 한다.

지배구조 개편 마지막 열쇠는 호텔롯데를 상장하고 이후 롯데지주와 합병하는 것이다. 신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일본 롯데 지배력을 낮추게 된다. ‘일본 기업’ 논란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일본 롯데와 끈끈한 연결고리는 배제할 수 없다. 일본 롯데가 100% 가까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호텔롯데는 지난 6월 롯데렌탈 지분을 기존 25.7%에서 42.04%로 늘렸다. 부산롯데호텔 역시 19.4%에서 28.4%로 확대했다. 지난 2015년 롯데렌탈(KT렌탈) 인수과정에서 재무적투자자(FI)들이 투자한 지분(TRS 계약 만료)을 사들인 것이다.

이에 앞서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은 각각 롯데하이마트와 롯데홈쇼핑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도 넘겨받았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롯데지주)의 손자회사(롯데하이마트, 롯데홈쇼핑)는 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추가 지분 매입도 그 연장선에 해당된다.

롯데지주는 2017년 출범했다. 지주사 전환으로 금융계열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알짜’로 꼽히는 롯데캐피탈은 일본 롯데 계열사인 롯데파이낸셜로 넘겼다.

롯데렌탈과 롯데캐피탈 지분 매각 사례를 보면 한국 롯데는 일본 롯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외국계 회사라는 점을 이용, 법의 허점을 공략한 것이다.

최근 롯데지주는 호텔롯데가 보유한 롯데푸드 지분을 확보했다. 롯데푸드는 연결기준 롯데지주 관계회사에서 종속회사로 변경된다. 롯데지주 외형과 가치 제고에 일조하는 동시에 호텔롯데에 유동성을 공급한 셈이다.

현재 롯데그룹 주력 계열사 중 롯데지주 관계회사로 분류된 곳은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롯데칠성 등이다. 이중 호텔롯데가 지분을 보유한 곳은 롯데쇼핑(8.9%)과 롯데칠성(5.8%)이며 부산롯데호텔은 롯데케미칼 지분 20%를 갖고 있다.

현재 호텔업은 그 전망조차 가늠할 수 없는 만큼 유동성 확보가 필수다. 호텔롯데 상장 시기가 지연될수록 롯데지주가 주력 계열사 지분 추가 확보차원 명목으로 호텔롯데를 지원할 수도 있다. 설령 호텔롯데 상장으로 일본 롯데 지배력을 약화시켜도 일본롯데홀딩스가 직접 지배하고 있는 롯데물산, 롯데알미늄, 부산롯데호텔 등과 관계를 완전히 끝내기 어렵다. ‘일본 기업’ 꼬리표 떼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 지배구조가 단순화됐음에도 여전히 국내 대기업 그룹사 중 가장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는 곳”이라며 “지분율만으로 일본 기업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사업과 지분 거래 등은 일본 기업 논란을 지속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일련의 지분 거래 등은 법적 문제가 전혀 없으면서도 ‘롯데그룹은 정정당당하지 않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비판적 시각도 여전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