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A급' 기업, 공모채 시장 줄노크

김승현 기자 2020-06-10 17:05:06
보령제약, 태광실업, SK건설 등 조달 나서 AA등급 기업 등 공모채 시장 훈풍 건설업 공모채 불황에 SK건설 불안

[사진=Pixabay 제공]

[데일리동방] 공모채 시장에 A급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공모채 시장이 활기를 띄는 모습이다. 연초 시장상황이 좋지 않자 자취를 감췄던 기업들이 시장이 안정되면서 공모채 발행에 적극 나섰다. 다만 공모로 자금조달에 성공한 곳은 AA급 이상 기업에만 해당되는 얘기였다. 시장에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만큼 신용도가 낮은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도 남아있던 탓이다. 그러나 최근 하이트진로가 수요예측에 성공하는 등 A급 기업의 자금 조달 성공 사례가 나오면서 A급 기업들이 공모채 시장을 찾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보령제약(A)과 태광실업(A+)은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보령제약은 운영자금 조달 목적으로 3년물 500억 규모 공모채를 발행한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10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할 계획이다. 보령제약의 대표주관 업무는 대신증권,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가 맡았다.

태광실업은 총 700억원을 발행할 예정이며, 3년물 400억, 5년물 300억원씩이다. 태광실업은 6월 29일과 9월 22일 만기가 도래하는 공모채 차환에 이번 조달금을 쓸 예정이며, 이베스트투자증권이 단독으로 주관을 맡는다.

또 A-급 건설사인 SK건설이 이달 말 1500억원 규모 공모채 발행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으며, 평택에너지비스(A-)도 공모채 시장을 찾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상반기 중 공모채 시장은 1월, 2월, 4월 정도에 활기를 띈다. 투자자들이 자금집행을 하는 기간과 주주총회, 분기보고서 제출 기간 등을 피해서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5월의 공모채 시장이 활기를 띄는 유례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 안에서도 A급 이하 회사채는 외면 받았다.

시장이 안정화 되는 추세였지만, 아직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만큼 저신용도를 가진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있던 것으로 해석된다. A등급은 투기등급인 BBB등급 바로 직전 등급으로 공모시장에서 투자 마지노선으로 여겨진다.

지난 달 A-급 건설사 현대건설기계는 1500억원 모집을 위한 수요예측에 50억원이 모였다. 메리츠금융지주도 700억 규모 A+급 영구채 발행에 나섰지만 110억원 모이는 데 그쳤다. AA급 이상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수월하게 이뤄진 것과 대조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2일 A급 기업인 하이트진로가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의 3배가 넘는 수요가 몰리며 흥행했다. 당초 하이트진로는 800억원을 모집할 예정이었으나 1480억으로 증액 발행하기로 했다. 실적 개선 등 자체 호재가 작용하긴 했지만 A급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풀릴 것이란 기대도 나왔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A급 기업들이 줄줄이 공모채 시장을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채권안정펀드 등 정부의 지원책에 힘입어 전체적인 공모채 발행시장이 활기를 띄고 있다. 8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예스코(AA)는 1000억원 발행에 4300억원이 몰리며 오버부킹에 성공했으며, 9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KT도 기존 모집액보다 1000억원 늘린 3000억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다만 건설사들은 공모채 시장에서 줄줄이 실패를 겪고 있어 SK건설의 공모채 흥행여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최근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 한화건설(A-), KCC(AA-), GS건설(A) 등이 모두 미매각을 경험했다. 특히 한화건설은 지난달 29일 총 1000억원을 모집하기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1건의 주문도 들어오지 않았다. 건설업이 대표적인 경기민감 업종으로 꼽히는 만큼 투자심리가 쉽게 회복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태원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공모시장이 신용등급과 업종 내에서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건설업이 리스크가 큰 업종인 만큼 건설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SK건설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의 비선호 영역인 낮은 신용등급과 건설업 모두 포함돼 이번 공모채를 통한 자금조달에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