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진행한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연설에서 사실상 전국민 고용보험 의무가입 계획하자, 보험업계가 난색을 표하고 나섰다. 보험업 종사자는 적정한 고용보험료 산출이 어렵고 고용보험 기금 확보에도 보험회사가 반강제적인 참여하게 될 것으로 예상돼 관련업계가 우려를 표하고 나선 것이다. 더 나아가 보험사들은 전국민 고용보험화가 특수고용직의 고용 불안을 촉진할 뿐 아니라 제도 도입이 모든 국민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란 주장을 펴고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코로나 위기 이후 아직도 가입해 있지 않은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보험 가입을 조속히 추진하고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예술인 등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빠르게 해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소득 파악이 어려운 자영업자들의 고용보험 적용에 관해 사회적 합의로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의 발언 이후 전속설계사를 다수 보유한 대형 보험사들은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으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소속의 전속설계사 수는 각각 2만4106명, 1만4246명, 1만8585명으로 집계됐다. 현시점에도 비용절감 이슈에 당면한 보험업계가 적지않은 직원의 추가 보험금을 부담해야 하므로 새로운 조직관리 전략을 모색해야 할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A 보험사 한 관계자는 고용보험료 산출 문제에 관해 “설계사 보험료를 회사가 내야 돼 보험사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새로운 정책에 따라 회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크게 달라지므로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보험설계를 주 소득원으로 하는 직원도 있지만 취미로 하는 직원도 있다. 고용보험이 시행되면 모든 직원을 다 품고갈 순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기금 운영 방식을 우려하는 시각도 크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자영업자는 소득 편차가 크지만 모두가 적게 내고 많이 받아가려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며 “세부적인 사안에 관한 세밀한 검토 없이 제도가 도입되면 기금 고갈 문제가 불거질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말했다.
고소득 특수고용직의 조세저항도 고려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반 자영업자는 사업자 소득의 3.3%를 세금으로 부담하는데 고용보험을 가입하면 월급쟁이처럼 연말정산 과정에서 소득이 투명하게 드러나 세금부담이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전국민고용보험을 무리하게 추진하면 ‘소득주도 성장’의 부작용처럼 오히려 일자리를 없애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본래 취지와 다르게 변질돼 고용 불안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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