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얼굴인 상호나 브랜드는 매우 중요하다. 고객은 물론이고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기업과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명칭인 상호는 기업의 사업내용이나 추구하는 사회적 내용이 함축돼 들어가 있다. 그래서 법이나 규정을 통해 특정 업종에는 해당 업무를 상호에 넣도록 하고도 있다.
과거에는 **공업, **기업 등등 한자를 병행한 전통적인 상호들이 많이 들어있었다. 그러나 세계화가 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영어식 표기나 기술적인 내용이 많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테크, **텍, **모빌리티 등등 일반 시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이름들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대기업들도 창업자가 정한 상호를 버리고 영문이름으로 바꾸고 있다. 사업의 규모가 커지고 글로벌화가 되면서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려면 당연한 것이니 탓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명동자금시장에서는 가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한다. 어음할인 의뢰나 자금 문의가 들어올 때 비슷한 상호의 다른 회사로 착각해 동의하기도 하고 거절하기도 한다. 그래서 엉뚱하게 기업평가를 낮게 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도 건설자재관련 회사와 관련해서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매출 규모를 놓고 명동자금시장 담당자와 기업 관계자가 간에 이견이 발생했다. 그 간격은 1000억원과 100억원으로 매우 컸다. 이 같은 이견이 발생한 것은 할인을 의뢰한 회사 상호와 비슷한 상호의 회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시장에서는 가급적이면 회사 이력이나 발행 내역을 받아보고 결정하기도 한다.
이러한 일은 사소한 에피소드이지만 시장에서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다. 시장에서는 코스닥 상장 상호변경에 매우 민감하다는 사실이다.
최근 라임펀드 사태에서도 보듯이 회사 상호를 바꾸고 관련된 기술이나 사업으로 진출한다고 하면서 주가를 임의로 띄우는 작업으로 불법수익을 얻기도 한다. 지금 한창 재판중이지만 조국 前 법무부 장관의 친척과 관련된 사모펀드도 교육 관련 기업이 배터리 관련 사업이라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사업을 한다는 점은 시장에서도 의심을 살만한 경우라 할 수 있다.
과거 한 영어 상호를 사용하는 회사 주가가 급등했던 적이 있다. 새로운 이슈로 개미투자자들이 대거 매수세에 합류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영어 상호로 상호를 변경하기 전 지속적인 실적 저하로 투자자 외면을 받던 회사였다. 새로운 이슈에 얹혀 상호만 바꿔 주가 상승을 이끌었지만 결국 많은 개미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상호 변경이나 브랜드 변경으로 시장의 선량한 소비자를 기만하는 경우도 많았고, 비슷한 상호의 경영자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다른 엉뚱한 기업이 피해를 본 경우도 부지기수다.
명동자금시장 한 관계자는 “상호는 회사의 얼굴인데, 쉽게 바꾼다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 특히 인수합병 후 본래 사업과 다른 목적이 추가되면서 상호를 변경하는 경우는 저의를 의심하게 된다”며 “기업도 상호만 바꾸면서 이해관계자를 헛갈리게 하는 부도덕한 행위는 결국 신뢰를 잃고 시장을 어지럽히게 행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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