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금융투자정보 분석업체 딥서치에 따르면 최근 M&A에 대한 시장 반응은 ‘부정적’ 기류가 흐르고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발발 직후보다 더 움츠려든 모습이다.
투자 대가들은 ‘위기는 기회’라며 주가 급락 시 저가 매수를 권고한다. 시세 대비 큰 폭으로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M&A는 자본시장 거래 중 ‘꽃’으로 비유되는 만큼 최근 증시 하락은 관련 업계에 분명 기회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는 과거와 전혀 다른 형태 위기다. 현 상황이 얼마나 오래갈지, 회복 이후 경제 매커니즘이 어떤 방식으로 움직일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거래에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그간 글로벌 증시를 이끌고 있었던 요인 중 하나가 M&A였다”며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그 자취를 속속 감추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가 어려워지는 만큼 저가에 매물들이 나올 수 있지만 위기가 지속되면 예상치 못한 부실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거래를 꺼리는 형국으로 전개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과도한 부채 등은 기업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뿐만 아니라 온전한 기업도 불황이 장기화되면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산업이 연쇄 타격을 입으면서 기존 예상 부실 범위를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동제한 등으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해운·여행·호텔업종뿐만 아니라 자동차,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등에서 수요, 공급망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단순 특정 지역이 아닌 전 세계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대안 방안도 마땅치 않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자본시장 참여자들은 우선 정부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크다”며 “그만큼 불확실성이 크다는 뜻인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말과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정부가 빠르면서도 명확한 대책을 마련해야 시장 관계자들이 움직이고 최악 상황을 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M&A는 큰 틀에서 구조조정을 내포하고 있다. 특정 산업 효율성이 낮아지면 업계 재편을 통해 이를 개선하고 다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어떤 주체도 선뜻 나설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경제 기반 자체가 점차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는 물론 국내 신평사들도 코로나19 사태를 주목하면서 부실 우려가 있는 기업에 대해 줄줄이 신용등급 강등을 예고하고 있다. 부실기업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우량기업도 적기에 사세 확장 또는 사업 다각화를 이루지 못하면서 동반 위기를 겪을 수 있다.
국내 산업 중에서는 항공과 자동차업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항공사들이 정부 지원을 요청한데 이어 쌍용자동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신규 투자 중단을 발표하면서 주채권단인 산업은행 고심도 깊어졌다.
HDC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진행 중이다. 2조5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거래지만 최근 상황이 악화되면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HDC가 지속 협상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만큼 인수 의지는 강하지만 국책은행이 어떻게 대응할지 여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아시아나항공뿐만 아니라 국내 항공업계 전반, 그리고 쌍용차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국책은행도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공과 자동차산업은 기간산업으로 고용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정부와 국책은행 등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충격이 광범위한 탓에 지원 순서와 규모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 관계자는 “정부와 국책은행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막대한 자금을 가진 민간 기업과 사모펀드들의 도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자체 사업 관리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M&A를 서두르지 않는다”며 “시간을 끌수록 ‘저가’에 매수는 가능하겠지만 기존 산업 인프라가 망가질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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