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한국은행은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내린 0.75%로 결정했다.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금리를 내린 것은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9월(0.50%포인트 인하)과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0.75%포인트 인하) 두 차례뿐이다.
앞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이달 3일과 15일(현지시간), 2주새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1.5%포인트나 끌어내렸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전날 밤에는 기준금리를 1%포인트나 내려 ‘제로금리’ 수준까지 낮췄다. 2008년 금융위기 상황에 준하는 조치다.
캐나다와 아이슬란드도 모두 2차례에 걸쳐 1%포인트씩 기준금리를 낮췄다. 영국도 영국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인 0.25%까지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하했다. 이들뿐만 아니라 브라질, 칠레, 사우디아라비아, 노르웨이, 뉴질랜드, 호주,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3월 들어서만 26개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이번 세계 각국의 기준금리 인하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pandemic) 위협의 영향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퍼지자 내놓은 ‘경기 부양책’이다.
기준금리는 각종 금리의 기준으로 급격한 물가상승을 방지하거나 경기를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투자와 소비가 활발하고 경기가 활성화하는 호황기에는 올라가고 반대로 경제 위축으로 투자와 소비가 줄어들 때는 기준금리가 낮아진다. 코로나19 확산 공포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는 금리를 낮춰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는 것이다.
다만 금리를 인하해도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아 정부는 통상 0.25%포인트 수준으로 인하하거나 동결하면서 기간을 주고 시장반응을 지켜본다. 금리인하 후 실업률을 낮아지고 사업이나 투자가 활성화됐는지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0.50%포인트 인하가 ‘빅 컷’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후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 정부는 기준금리를 올린다. 또다시 불황기가 찾아올 경우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력을 남겨놔야 하기 때문이다. 또 기준금리를 올려도 경기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는 것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꾸준히 올리는 동안 경기가 회복될 기미가 없던 우리나라는 기준금리를 1.25%를 유지하다가도 한차례씩 올려야만 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높아질 경우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 자본이 유출될 가능성이 큰 탓이다. 결국 한은은 2017년과 2018년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현재 전세계 26개국이 빅 컷을 단행한 것은 코로나19가 글로벌 경제에 얼마나 큰 위협을 가하고 있는 지를 보여준다. 다만 이런 노력이 당장 글로벌 경제에 반영될 수 없는 만큼 글로벌 증시가 붕괴하고 있다.
이에 나라별로 경기 부양을 위해 지원금을 푸는 등 자구책 마련으로 분주하다. 특히 미 연준은 19일(현지시간) 한국·호주·브라질·멕시코·싱가포르·스웨덴 중앙은행과는 600억달러, 덴마크·노르웨이·뉴질랜드 중앙은행과는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는 등 시장안정을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통화스와프는 필요할 때 자국 통화를 상대국 중앙은행에 맡기고 상대국의 통화를 빌려 쓸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이다. 기간은 최소 6개월(2020년 9월 19일)까지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한국은 미국과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맺어 금융시장 안정에 효과를 본 바 있다.
연준은 이날 오전 9시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글로벌 달러화 시장의 긴장을 완화하고, 국내외 가계·기업에 대한 신용공급에 미칠 영향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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