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5일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세부 내역을 보면 감염병 검역·진단 치료 등 방역체계 보강·고도화에 2조3000억원,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 회복지원에 2조4000억원, 민생·고용안정 지원에 3조원, 침체된 지역경제 회복지원에 8000억원 등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정부 추경안으로는 이번 사태를 극복하기 어렵고, 6조3000억 원 이상의 추가 편성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등 야당들도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는 만큼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실제 각 상임위원회는 총 6조원대의 추경 증액안을 합의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는 복지부 소관 추경예산을 정부안보다 1조6208억원 증액했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4조원 이상 늘어난 수정안을 의결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부가 대규모 추경 증액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1차 때는 2-3조원 가량 증액하고, 올해 6월 임시국회를 목표로 2차 추경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 긴급생계지원 12조원 등 '30조 수퍼 추경' 편성 촉구
이번 정부 추경안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은 물론이고 취약계층 구제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는 소상공인·영세자영업자에 대한 긴급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 대책과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민생지원 대부분이 융자사업 등 간접 지원에 그치고 있어 현금 지원 등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운영난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의 금융 지원 신청은 시간이 갈수록 급격하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진흥공단에 접수된 신청은 이달 10일 현재 6만8833건으로 금액은 3조5977억원에 달한다. 이달 4일 3만8251건에 1조9300억원이던 것과 비교하면 6일 만에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외에도 △자영업·중소기업 세금감면 기준 확대 △고용유지지원금·일자리안정자금 가입기준 완화와 신속집행 등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12일 호소문을 내고 "전국 320만개 소상공인 업체에 3개월간 월 150만원씩 생계비를 지원하면 12조원 정도가 필요하다"며 추경 증액을 요청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이날 "현재 추경안 규모로는 산업계에 전방위적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지원하기에 크게 역부족"이라면서 "멈춰선 경제를 다시 일으키는 데 필요한 재정지출 소요분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며 추경 증액을 주장했다.
이외에도 △특별연장근로 적극 인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6개월로 확대 △임시공휴일 지정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 부활 △서비스산업발전법 입법과 시행 등도 건의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 9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추경 규모를 40조원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의당은 "공적시스템 밖에 있는 중소자영업자, 일용·임시 노동자, 프리랜서, 배달 노동자, 학원 강사 등에 대한 즉각적인 생계 지원이 시급하다"며 이들을 직접 지원하기 위해 6조1800억원 가량을 추경에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동향을 보면 일시휴직자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9.8%인 14만2000명이 늘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휴업·휴직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통계청은 분석했다.
이처럼 코로나 사태로 생계 등 어려움에 처한 국민들이 늘어나면서 기업 등 업계에 대한 간접 지원보다는 피해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현금성 직접 지원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번 정부 추경안에서 상품권 등 직접지원은 2조6천억원가량에 불과하다. 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 등 기초생활수급자에게 4개월 동안 상품권을 지급하는 것으로 예산규모는 8505억원이다. 만 7세 미만인 아동수당 대상자에게도 월 10만원의 상품권 4개월분을 지급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예결소위는 지급대상을 차상위계층으로 확대해 정부안보다 1조6208억원 증액한 4조5879억원의 추경안을 의결했다. 아동양육 한시 지원 사업의 상품권 지급 대상도 초등학생으로 확대했다. 초등학생 숫자는 280만1862명으로 계산했다.
하지만 '대면 소비'가 필요한 상품권·쿠폰 지급 등 간접 지원 방식은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구에 지역구를 둔 김부겸 의원은 "정부가 마련한 추경은 전국적인 방역과 피해 지원에는 물론, 전국 코로나19 확진자의 90% 가까이가 발생한 대구경북의 사회경제적 피해를 치유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융자, 보증 등 빚을 늘리는 방법이나 쿠폰 등 간접적 지원 방식은 적절한 치유책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구 영세 소상공인 18만명에 월 100만원씩 3개월 생업지원(총 5404억원) △대구 영세 소상공인 제세공과금 등 영업관리비 월 5만원씩 3개월 지원(총 270억원) △대구 일용직 근로자 6만 세대에 4인 가족 최저생계비 123만원씩 3개월 지원(총 2214억원) △대구 택시 종사자 1만5천명에 월 100만∼150만원씩 3개월 생계 지원 등을 건의했다.
이에 민주당은 일정 금액을 국민에게 직접 주는 재난기본소득(재난소득)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사태가 대구경북 뿐 아니라 수도권으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당내 포용국가비전위원회는 12일 재난소득 지급을 위한 첫 토론회를 열고, 지급 근거를 명문화하는 법안을 제출키로 했다. 위원회는 이날 토론회에서 소득 10분위 중 1~6분위(하위 60%)에 1인당 현금 50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추경안 증액이나 재난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일단 말을 아끼고 있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12일 한 방송인터뷰에서 '코로나19 추경이 추가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추경이 통과된다고 해서 정부 대책이 끝이 될 순 없고 코로나19가 진전되는 상황에 달렸다"며 "코로나 관련 대책이 추경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새로 시작될 수 있다"고 답했다.
이 수석은 재난기본소득은 현재 구체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재난기본소득은 모든 시민에 동일한 금액이면 형평성 문제, 지원대상을 가리게 되면 행정비용과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며 "현재 정부로서는 구체적 계획을 가진 단계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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