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능이 마비되는 것 같은 상황이다. 마스크를 사려는 국민들의 줄서기는 일상이 되고 있다. 거리는 한산하고 교통체증에 시달리던 도로는 뻥 뚫렸다. 많은 기업들은 재택근무 지침을 내리고 학교는 개학을 늦췄다. 심지어 대학은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원칙적으로 대면수업을 금지한다는 교육부 장관 발표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이 기업 입장에서도 받아들이기도 받아들이지 않기도 쉽지 않다. 기업 활동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제조업의 경우 생산을 멈출 수 없는 사정이 있다. 재가동에 실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업종도 있다. 또 식품 같은 경우는 국민 필수품으로 절대로 생산을 줄이거나 멈출 수 없다. 따라서 재택근무가 원칙이라도 제조업 현장근무자는 재택근무를 하지 못하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가 확산세를 멈추지 않으면서 기업들은 앞 다퉈 코로나19 관련 기부를 하고 있다. 몇백억원을 기부하는 대기업에서부터 몇백만원이나 마스크로 기부하는 중소기업도 있다. 기부금액에 대해서 네티즌들이 갑론을박하고 있지만 기부한다는 것만도 아름답고 칭찬받아야 할 행동이다.
하지만 기업의 기부를 마냥 좋게만 바라보지 못하는 시각도 있다. 일반인 시선으로는 기업 기부는 아름답게 비춰질 수 있겠지만 시장에서 기업을 평가하는 이해관계자 입장은 다른 듯하다. 기업 기부에는 목적성이 뚜렷이 보이는 경우도 많아 평가하는 입장에서는 그리 맘이 편하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기부처도 이상하게 통일되지 않고 기업 목적에 따라서 다 다르다. 기부처를 일원화하지 않는 정부나 목적이 부합할까 하는 기부처에 기부하는 기업이나 이상하긴 매한가지다. 그럼에도 기부는 이어져야하겠지만 선한 의도는 얼마나 될까.
명동 기업자금시장은 평소에 기업경영활동에서 많은 잘못된 점을 보여준 기업이 이런 상황에서 착한 기업 코스프레를 한다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 기업경영의 가장 기본은 투명성이고 지배구조다. 실제로 기업들이 경영권분쟁을 겪으면서 상대방에 대한 공격이나 자신들의 정당성을 위해서 큰 금액의 홍보비는 지출하면서 평소에 사회공헌에는 인색했다면 사람으로 따지면 이중인격이라고 비난 받을 수도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절실한 상황이다. 운영자금과 원자재 구입자금이 부족할 게 뻔한 데 과연 대기업이나 정부가 얼마나 지원을 해서 기업들을 살려낼지 궁금하다.
부실계열 기업을 매각 계약을 한 A그룹 계열사 어음이 최근 시장에서 할인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부실 계열사 정리로 재무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결국 부실리스크가 얼마나 있는지가 시장 이해관계자 평가라는 결론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기업, 특히 중소기업 재무상황이 나빠져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기업들이 하청이나 중소기업을 대하는 자세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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