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는 한국콜마 자회사 CJ헬스케어가 인수 1년 9개월 만에 무상증자를 단행한다. 재무적투자자(FI)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위한 것인 만큼 FI 지분가치 극대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부정적인 업황 전망과 인수를 통해 쌓은 높은 부채로 깊은 고민에 빠진 한국콜마가 IPO에 대한 가닥을 잡은 것이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CJ헬스케어는 보통주 1주당 0.1094460주 신주를 발행하는 무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7일 공시했다. CJ헬스케어 현재 발행주식총수는 200만주로, 신주 총 21만8892주가 발행될 예정이다. 신주 배정은 이달 21일이다.
이번 무상증자를 통해 발행되는 신주수는 현재 발행주식 총수 가운데 10%에 불과해 한국콜마와 FI 이익을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CJ헬스케어 IPO가 FI 엑시트를 돕고자 추진되는 만큼 이들 지분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CJ헬스케어 모회사인 씨케이엠 보유 주식수가 늘면 FI가 공모 과정에서 구주 매출을 통해 실질적으로 매각할 수 있는 주식수가 증가한다. 여기에 주가 부양과 유동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
CJ헬스케어 지배구조는 '한국콜마→씨케이엠→CJ헬스케어'로 이어진다. 윤상현 부회장(46)이 이끌고 있는 한국콜마는 자회사 씨케이엠을 통해 CJ헬스케어 지분 100%(200만주)를 1조3100억원에 사들였다. 윤 부회장은 창업주 윤동한 전 한국콜마 회장(72) 장남이다.
이 과정에서 FI들은 지분 49.3%에 해당하는 3500억원을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투자했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H&Q코리아·미래에셋자산운용PE·스틱인베스트먼트 등 3곳이 FI로 참여했다.
한국콜마는 씨케엠에 3600억원을 출자했고, 나머지 6000억원은 인수금융으로 충당했다. 한국콜마와 씨케이엠 보유지분율은 50.7%다.
한국콜마는 제조자 개발생산(ODM)회사로 CJ헬스케어 인수는 소비자와 직대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대규모 부채 처리가 문제였다. 더불어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한국콜마 불매운동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중국 관련 화장품 회사에 대한 어두운 전망 등으로 IPO 의지가 한풀 꺾인 듯 보였다.
한국콜마가 FI 측과 합의한 IPO 시한은 오는 2022년이다. IPO를 위한 기업가치 산정 때 결산 재무제표를 사용하는데 2018년 실적도 크게 뒷걸음질 쳐 다소 빠르다는 지적도 나왔다.
CJ헬스케어가 거둔 208년도 매출은 4907억원이다. 전년보다 5.7%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566억원으로 30.7%나 쪼그라들었다. 통상 기업가치 산정 기준이 되는 당기순이익도 474억원으로 전년(565억원) 대비 15.1% 가량 낮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CJ헬스케어 기업가치를 1조5000억~2조원 수준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콜마가 CJ헬스케어를 인수한 금액을 감안하면 높지 않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한국콜마가 IPO를 강행하는 이유로는 'CJ' 브랜드 사용기간과 신약 연구·개발(R&D)비 확보 등이 거론된다.
한국콜마는 오는 3월까지 CJ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다. CJ그룹 인지도는 한국콜마보다 기관 수요예측이나 일반청약 과정에서 국내외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끌어내는 등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신약 개발을 위해 매년 대규모 R&D비가 필요한 CJ헬스케어 상황도 주요 이유로 꼽힌다. 공모 과정에서 구주 매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서다.
최근 600억원 규모 회사채 조달도 상장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씨케이엠발 리스크(악재)를 통제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달 자금으로 4월 만기가 도래하는 사모채를 차환해 금리 절감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CJ헬스케어는 지난해 3월 최대주주인 씨케이엠에 1006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씨케이엠은 이 비용 대부분을 차입금 상환에 썼다. 모회사 자금 운용을 돕기 위한 조치였지만 CJ헬스케어 재무 안정성에는 리스크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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