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갑질' 논란 프랜차이즈, 의혹만 사도 수익성 '뚝'

이범종 기자 2019-11-15 13:05:00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 폭언·욕설 허위…논란 후 영업익 감소 미스터피자, 정우현 회장 횡령 사건 후 매출 떨어지고 상폐 위기 호식이치킨, 최호식 회장 성추행 혐으로 가맹점 100곳 이상 줄어

[사진=제너시스BBQ 제공]

[데일리동방] BBQ, 미스터피자, 호식이두마리치킨 등 최근 몇년새 프랜차이즈기업 오너의 갑질 논란이 벌어졌다. 갑질 논란 이후 이들 기업은 불매운동 등으로 영업이익이 출렁였다. 대기업에만 유효해 보이던 오너리스크 파장이 프랜차이즈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의 폭언·욕설이 최근 허위로 판명됐지만 회사가 입은 손해를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 방송사는 2017년 11월 윤 회장이 가맹점 직원들에게 폭언과 욕설을 했다고 보도했다. 윤 회장이 유통기간이 임박하거나 중량 미달 제품을 빈번히 제공했다는 가맹점주 주장을 목격자 인터뷰와 함께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사 결과 이 같은 내용은 허위로 드러났다.

이미 BBQ가 입은 손해는 크다. 지난 2년 간 소비자 비난과 매출 하락이 이어졌다. 영업이익은 윤 회장이 구설에 오른 2017년을 기점으로 꺾였다. 2016년 191억1957만원에서 2017년 204억3864만원으로 올랐다가 지난해 182억3189만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2004년 인수했다가 2013년 매각한 BHC는 지난해 영업이익 606억9478만원을 기록했다.

◆항소중에도 영업이익 감소

재판이 진행중인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스터피자 역시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의 횡령・배임 사건 이후 매출액이 대폭 줄었다. 정 전 회장은 가맹점 치즈 공급망에 친인척 명의 업체를 넣어 57억원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횡령) 등 98억7500만원 횡령・배임 혐의로 2017년 7월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이 같은 ‘치즈 통행세’에 항의하며 가맹점을 탈퇴한 업자들이 치즈를 구입하지 못하게 방해하고, 인근에 직영점을 세워 저가 공세로 보복출점을 감행한 혐의(업무방해) 등도 받았다. 정 전 회장은 기소를 앞두고 그룹 본사에서 대국민 사과하며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1월 1심은 그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 명령 200시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다른 제조업체와 같은 값에 치즈를 거래했고, 검찰이 치즈 공급가격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며 횡령을 인정하지 않았다. 탈퇴 업주 보복출점도 해당 매장이 배달 전문이라 경쟁관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정 전 회장이 회사에 근무 하지 않은 자녀에게 급여와 차량 리스비, 법인카드를 지원한 혐의 등을 유죄로 선고했다. 100억원 가까웠던 횡령・배임 혐의는 28억5437만156원만 인정됐다. 정우현 전 회장의 2심 선고는 이달 29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다.

정 전 회장의 갑질 파장 이후 MP그룹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2016년 10억1706만7982원 적자에서 갑질 파문이 있던 2017년 17억734만316원으로 늘었다. 매출액도 떨어지고 있다. 매출액은 2016년 1512억6035만9913원에서 2017년 1452억1335만8687원, 2018년 1198억979만3673원으로 떨어졌다. 미스터피자 국내 매장은 2014년 434곳에서 올해 6월 267곳으로 줄었다.

회사는 상장폐지 위기도 겪고 있다. 앞서 한국거래소코스닥상장위원회는 2017년 정 전 회장 구속 이후 MP그룹 상장 적격성을 심사했다. 1년 간 개선 기간을 받으면서 오너 일가가 경영에서 물러났다. MP그룹은 이후 서울 서초구 본사 사옥과 MP한강 지분 등을 매각했다. 본사 직원 구조조정도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 5년 연속 적자를 이어갈 경우 코스닥에서 자동으로 퇴출된다. 올해 5월 의결된 상장폐지는 사측 이의 신청으로 내년 2월까지 개선 기간이 주어졌다.

호식이 두마리치킨도 오너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최호식 전 호식이 두마리치킨 회장은 2017년 6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일식집에서 20대 여직원과 식사하다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하고 인근 호텔로 끌고 가려 한 혐의로 같은해 11월 기소됐다. 그는 사건 당일 피해자 동의로 신체를 접촉했고 업무상 위력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 전 회장은 지난해 2월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성폭력 치료강의 80시간 수강 명령도 받았다. 현재 최 전 회장 사건은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호식이 두마리치킨 매출도 점차 줄고 있다. 2016년 122억3926만1000원에서 2017년 78억9075만9000원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53억2446만9000원으로 2년 전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가맹점 수도 같은 기간 전국 935곳에서 884곳, 826곳로 줄었다. 신규 개점 매장도 86곳에서 28곳, 19곳으로 뚝 떨어졌다.

◆명백한 잘못에는 강한 제재…재취업 차단

오너리스크에 따른 기업 가치 훼손은 일반투자자는 물론 가맹점주에게로 이어진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임현일 부연구원은 2017년 ‘오너리스크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과 소액주주 집단소송 적용 범위 확대 등을 제시했다. 기업은 적극적인 CSR로 평판 자본을 축적하고 소액주주는 손해배상 청구에 한정되지 않는 집단소송을 펼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예측할 수 없는 오너 갑질에 대한 무거운 페널티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후대책은 정부와 국회에서 마련되고 있다. 횡령・배임의 경우 이달부터 범죄를 저지른 오너가 취업할 길이 막히게 된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이달 효력을 발휘하면서 횡령・배임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취업이 제한되는 곳이 현행 ‘재산상 이득을 취한 기업체’에서 ‘재산상 손해를 입은 기업체’로 넓어진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지난해 9월 대표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주주총회 소집 공고 시 임원 후보자의 약력과 범죄 관련 사항을 통지하는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