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지난해 여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가 탄핵을 당한다면 시장을 붕괴시킬 수 있는 말을 할 것입니다. 그러면 모두가 몹시 가난해 지겠죠”라는 말을 남겼다. 최근 낸시 펠로시 미연방 하원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식 탄핵 조사를 발표했다.
투자자들 트럼프 탄핵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한다. 역사적으로 대통령 탄핵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고 조심스레 미래를 예측해 본다.
◆닉슨의 탄핵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는 공식적으로 1974년 5월 초 시작됐다. 다음 차트는 이후 S&P 500의 진행 모습이다.
닉슨 대통령은 1974년 8월 9일 사임했다. 그날 주식시장은 1% 약간 안 되게 하락했다. 그다음 주에는 추가로 6.4% 더 하락했다. 탄핵 절차가 시작된 시점부터 사임할 때까지 S&P 500은 13% 하락했다.
대통령 사임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주식시장 변동성을 야기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조금 넓혀서 보면 탄핵 절차 개시 이전부터 이미 주식시장에는 하락 추세가 형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주식시장은 이미 1973년 초 고점 대비 23% 하락한 상태였다. 주식시장은 이미 하락세에 있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 역시 1973년 11월 시작된 침체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 따라서 닉슨의 추문이 시장에 변동성을 더했을 수는 있었어도 주요 원인은 아니었다. 주식시장과 경제 모두가 그 전부터 이미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는 말이다.
1975년 S&P 500은 37% 상승하면서 시장은 다시 상승 랠리를 펼쳤지만 그 이유는 1973~1974년 약세장에서 거의 50% 하락한 데 따른 반작용이었다.
◆클린턴의 탄핵
빌 클린턴 대통령의 탄핵 절차는 1998년 10월 시작됐다. 당시 주식시장은 이 정치 드라마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1999년 2월 클린턴의 탄핵 절차는 무혐의로 끝났지만 이번에도 투자자들은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기술주 거품이 1990년대 후반의 다른 모든 것들을 압도했고 대통령 탄핵 역시 다르지 않았다. 클린턴 탄핵 절차에 앞서 이미 주식시장은 크게 상승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S&P 500은 1996~1999년 동안 매년 20% 이상 상승했다. ‘닷컴 버블’은 클린턴의 탄핵 소식이 언론의 1면을 장식하는 동안에도 통제 불능의 열차였다. 공식적인 탄핵 절차 이전 주식시장은 1998년 가을 20% 가까이 하락했지만 그 이유는 미국 대통령에 대한 걱정 때문이 아니라 러시아의 디폴트 때문이었다.
지정학적 사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1963년 11월 22일 댈러스에서 암살당했다. 그 다음 주 월요일 주식시장은 문을 열지 않았지만 1963년 11월 26일 4% 상승했다. S&P 500은 이듬해인 1964년 16% 이상 상승했다.
정치적 사건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예측하기 어려운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1. 뉴스 자체와 그 뉴스에 대한 시장의 반응에는 큰 차이가 있다.
주식시장은 앞만 바라보려 하므로 투자자들이 주가에 정확히 무엇이 반영돼 있는지 절대 확신할 수 없다. 단기적으로는 특히 더 그렇다. 언론의 목소리가 커질 때 투자자들은 사재기에 나서거나 공황에 빠져 매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2. 샘플 크기가 너무 작다.
대통령 탄핵 사례가 2가지 밖에 없다(앤드루 존슨 대통령이 1868년 탄핵당했지만 당시는 현대 주식시장이 존재하기 훨씬 전이었다). 이 2가지로 어떤 구체적인 결론을 도출하거나 이를 바탕으로 현재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3.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에서 정치를 멀리해야 한다.
정치인과 그 지지자들은 종종 자신들이 시장이나 경제에 실제보다 더 큰 영향력을 미친다고 생각하고 싶어 한다. 시장은 정치나 대통령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다.
물론 이번 사건이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전개 상황이나 결과에 따라 주가가 단기적으로 변동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시장은 자기 일을 할 것이고, 자기가 하고 싶은 데로 할 것이다.
자료 출처: Fortune, "Would the Market Care if the President Was Impeached?"
기고: ‘피우스&책도둑’ 운영자 피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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