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불안감 고조→증시 폭락… 근본 대책은?

김승현 기자 2019-08-06 15:21:09
미중 무역전쟁, 일본 보복 등 악재에 투자심리 위축 핵심 부품 국산화 대책·남북 경협 등 보다 나은 대책 필요 "일본 수출규제 현실화 국내 경제에 큰 악영향 미칠 것"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데일리동방] 국내 증시가 출렁이는 주된 이유로 시장참가자들의 불안감 확대가 꼽힌다. 대내외에서 발생하는 악재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쪼그라든 탓이다. 시장관계자들은 이를 잠재우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쉽게 불안감이 사그라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에 정부의 빠른 대책 마련과 시장참가자들의 냉정함과 차분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검은월요일, 코스피는 1950원 선이 무너졌으며, 코스닥은 7% 이상 하락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에 거래소는 3년 1개월 만에 사이드카를 발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음날인 6일 코스피는 하락 출발해 결국 1900선을 내줬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도 1200원 선을 넘어섰다.

국내 증시만 무너진 것은 아니었다. 아시아 전체 증시가 출렁였으며 뉴욕증시도 흔들렸다. 5일(현지시간) 닛케이225지수는 1.74% 내렸으며 홍콩H지수(-2.58%), 상해종합지수(-2.62%)도 내리는 등 아시아 전반이 하락 마감했다. 뉴욕증시 역시 3대 지수가 모두 하락하면서 올해 들어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증시 폭락 원인으로는 일본의 수출 규제와 미중무역전쟁의 장기화가 꼽힌다. 현재 한국은 미중 무역전쟁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는 데다 일본의 경제 보복,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여있다. 특히 지난 2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증시가 하락함에 따라 하락 원인은 일본의 2차 수출 규제로 쏠리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수출규제가 이번 검은월요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나온다. 글로벌 증시가 동반 하락세를 보인 만큼 주된 원인은 투자자들의 막연한 불안감의 확대라는 분석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국제 무역에서 일본 정부와 기업이 쌓아온 신뢰는 유지하되, 한국만 불편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이번 조치로 한국 수출금액의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며 코스피에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지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장기 성장에 대한 우려와 불확실성의 상승”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한국의 장기성장 동력에 대한 장애물로 기존 성장 기대감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고, 한국이 대안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도 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 역시 불확실성이 투자자의 불안심리를 자극해 일어난 측면이 크다고 판단했다. 손병두 금융위부위원장은 6일 금융투자업계관계자들과 전날 큰 변동성을 보인 금융시장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간담회를 열고 “최근의 증시 변동성 확대는 복수의 대외적 악재가 겹쳐 발생하면서, 불확실성이 투자자의 불안심리를 자극해 일어난 측면이 크다”고 판단했다.

아시아 증시가 동반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단지 화이트리스트 문제만 작용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손병두 부위원장은 “미중 무역분쟁 이외에도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미국 금리인하 불확실성 등이 글로벌 증시에 공통으로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한국은 일본 수출규제 영향, 주력 수출기업의 실적 악화 모건스탠리캐피널인터내셔널(MSCI)지수 편입비율 조정 등이 추가로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손병두 부위원장은 “현재 금융시장에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지만, 과도한 반응은 자제해야 하며, 시장참가자 모두가 객관적인 시각에서 냉정을 찾고 차분히 대응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시장에서 1달러 값이 7위안을 넘어서는 포치현상이 나타나면서 미중 무역갈등의 골은 깊어지는 추세다.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등 환율 문제로 까지 확대되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여기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의 대내외적 문제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투자심리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는 일본 의존도가 높은 핵심부품 국산화 대책과 남북경협 패를 꺼내 들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5일 100대 핵심전략 품목을 선정하고 20개 품목은 1년, 80개 품목은 5년 안에 국내에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의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의 경제 보복 대응책으로 남북 간 경협과 평화 경제를 강조했다. 남북 간 경제 협력이 활발해지면 현재의 수출 중심 경제 구조를 내수와 수출의 균형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뜬구름 잡는 대안이라는 평이 나온다.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일본의 수출규제 등에 따른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속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일본과 발생한 문제는 일본과 풀어야지 갑자기 왜 북한이 나오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 쉽지 않아 보이는 가운데 일본의 2차 수출규제가 실제로 진행되면 국내 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섣부른 판단은 어렵다면서도 “일본의 수출규제가 현실화할 경우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규제가 궁극적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흔들 수 있다"면서 "이 점을 고려하면 미중 무역 갈등 격화와 함께 글로벌 경기 침체 리스크를 높일 수 있는 잠재 리스크로 평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 일본 등 대외적 이슈까지 더해져 불확실성이 계속 확대될 전망인 만큼 정부 등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