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한일 관계 전문가들이 밝힌 국내 기업과 은행의 '신용장 보증'과 관련, 일본의 보증이 끊길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은행권은 "유언비어, 근거 없는 위기론을 자제해야 한다"며 경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신용장은 국제 무역에서 수입업자가 거래 은행으로부터 발급받는 신용 보증서를 말한다.
소수 전문가들은 일본이 지난달 1일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의 수출규제를 조치한 1차 보복과 이달 2일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2차 보복에 이어 신용장 보증을 제한하는 3차 보복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는 의견을 내놨다.
대학교수 등 전문가는 엔화 대비 낮은 원화의 국제 통화가치를 일본이 무기 삼아 국내 은행들을 공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화는 국제통화가 아닌 관계로 신용도가 낮다보니 일본 은행들이 해당 신용장에 대한 보증서를 많이 써주던 절차를 중단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국내 주식시장이 휘청거린 이른바 '검은 월요일'을 맞는 등 피해가 확산되는 시점에서 이같은 주장이 잇따르자 은행권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근거가 부족할 뿐 아니라 시대에 뒤떨어진 분석이란 비난이 쏟아졌다.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 모두 동일한 입장이다.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신용장 보증은 시중은행에서 거래 발생빈도가 적어 중요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농협은행의 경우 올해 일본계 은행에서 국내 기업들을 대신해 신용장을 보증한 사례는 전무했고, 나머지 은행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금융당국 역시 신용장과 관련한 금융보복 가능성은 떨어진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위원회는 우리나라 전체 수입액 기준 신용장의 무역 거래 결제 비중은 1998년 62.1%에서 지난해 15.2%로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송금 방식은 15.3%에서 65.3%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신용장 거래 비중이 매년 줄고, 은행권에서 취급하는 건수 역시 미미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금융위는 또 일본계 보증 발급 은행이 발급 거부 등으로 보복하더라도 효과는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금융 부문이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고, 외화 보유액도 충분하단 판단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20~30년 전이라면 모를까, 언제적 신용장 얘기인지 모르겠다"며 "국내 은행들의 신용도가 일본에 비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만약 일본계 은행이 보증을 철회한다 해도 그보다 신용도가 높은 미국계나 중국계 은행을 이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일본계 은행이 거부한다면 대금 결제는 현금으로 메꿀 수 있다"며 "일시적인 자금 부족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시중은행들이 여신 등의 형태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