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LG유플러스 고민 묻어난 4만원대 5G요금제

이범종 기자 2019-07-30 11:06:00
시설투자・마케팅비 부담…정부 압박에 가족 데이터 공유로 돌파구

LG유플러스 사옥 전경. [사진=LG유플러스 제공]

[데일리동방] LG유플러스가 통신사 중 처음으로 4만원대 5G 요금제를 내놨다. LG유플러스를 비롯한 이동통신 3사는 5만원대 요금제는 데이터가 부족해 5G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고 마케팅 자체를 자체해왔다. 하지만 오히려 데이터 양을 더 줄이는 요금제를 선보였다. 대신 가족 간 데이터 공유방식을 내세웠다. 이는 마케팅 비용 증가와 정부의 통신료 인하 압력에 따른 LG유플러스의 고민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LG유플러스는 청소년과 시니어 대상 4만5000원짜리 5G 요금제 2종에 가족 공유 요금제 1종을 28일 내놨다. 신설된 ‘5G 라이트 청소년’과 ‘5G 라이트 시니어’ 데이터는 월 8GB(소진 후 1Mbps 속도제어)로 음성·문자는 기본 제공이다. 청소년 요금제는 만 4세 이상 18세 이하, 시니어는 만 65세 이상 가입할 수 있다.

5G 통신망에 8GB 데이터는 턱없이 부족하다. 두 요금제 활용도는 ‘5G 슈퍼 플래티넘’ 요금제가 끌어올린다. 월정액 11만5000원에 선택약정 할인가 8만6250원으로 월 350GB(소진 후 10Mbps 속도제어)를 제공한다. 이 요금제에 가입한 사람이 청소년·시니어 요금제를 쓰는 다른 구성원에게 데이터를 공유해 5G 활용도를 높여줄 수 있다.

이번 요금제 출시는 이통사가 처한 부담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전국망 확충 투자와 보조금을 포함한 마케팅 비용, 정부의 5G 통신료 인하 압박 등이 작용된 결과로 해석된다.

증권가에선 이통사들의 시설 투자 비용(CAPEX)을 2조1000억조~3조3000억원으로 예상한다. 새 통신시장 선점을 위한 보조금 확대 등 경쟁으로 마케팅 비용도 늘어 2분기 적자도 예상된다.

이번 LG유플러스의 저가 요금제 ‘선공’은 최근 5G 가입자 30%대 조짐을 보이면서 기존 5대 3대 2 구도를 4대 3대 3으로 굳히려는 의지로도 읽힌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력도 있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22일 5G 통신비 경감 대책을 이어간다고 밝혔다. 앞서 4월 서울 송파구에서 열린 ‘코리안 5G 테크 콘서트’에서도 이통3사 최고 경영자들에게 요금 인하를 주문했다.

박종욱 LG유플러스 모바일상품그룹장 전무는 이번 요금제에 대해 “청소년과 시니어 전용 요금제를 마련해 5G 서비스의 이용 부담을 대폭 낮추고, 가족 공유 혜택을 신설해 가계통신비 인하에 기여하고자 했다”며 “앞으로도 보조금보다는 요금제 및 서비스 경쟁을 주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의 이런 설명은 부담스러운 보조금 경쟁과 통신 요금 인하 압력 등을 고민한 흔적을 보여준다.

다른 이통사들도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새 요금제를 준비할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 같은 해석에 대해 LG유플러스는 다양한 요금제로 가입자 폭을 넓히고 있을 뿐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새 서비스 초기에는 얼리어답터를 중심으로 고가 단말기와 요금제가 나온다”며 “청소년과 시니어 대상 요금제는 가족 중심으로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LTE 때에 비해 조금 일찍 시작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