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통신망이 지난달 가입자 100만명을 넘겼지만 이는 이통사의 제 살 깎아먹기식 공시지원금 경쟁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같은 대도시를 제외하면 사실상 활용이 어렵고 실내에선 더더욱 사용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발등의 불은 5G망 설치 속도다. 민주평화당 김경진 의원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를 통해 지난달 21일까지 신고된 5G 기지국 수가 6만2641개라고 밝혔다. 기지국에 설치된 기지국 장치는 14만8464개다. KT 기지국 장치는 7만617개, SK텔레콤 4만5197개, LG유플러스는 3만2650개를 신고했다. LTE 기지국 수는 지난해 기준 87만8681개인 것을 감안하면 아직 5G가 LTE와 경쟁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이통사들은 연내 85개 시 동단위까지 커버리지(망 이용 가능 지역)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전체 인구의 93%에 해당하는 규모다. LG유플러스는 연내 기지국 8만대를 설치해 목표를 달성할 방침이다. 가장 많은 5G 개통 기지국을 가진 KT도 11일 ‘5G 커버리지 맵 3.0’을 공개하고 연말까지 최다 기지국 구축에 나선다고 밝혔다.
5G 약점으로 지적된 건물 내 통신망 구축도 시급하다. 이통사들은 대형 빌딩과 지하철 환승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광중계기를 설치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만 누릴 수 있는 속도와 공시지원금을 제외하면 별다른 가입 이유가 없다는 점도 뼈아픈 부분이다. 독점 콘텐츠 확보에 이통사들이 매달리는 이유다. LG유플러스는 프로야구와 골프, 아이돌 라이브 외에 연내 스트리밍 VR 게임 서비스도 시작한다. 야구의 경우 선수를 중심으로 화면을 360도 회전할 수 있다. KT는 4K 영상 중심 VR 서비스를 내놨다. 초고화질로 8명과 360도 그룹 영상 통화하는 ‘나를(narle)’도 서비스하고 있다. SK텔레콤은 ‘포켓몬 고’ 제작사 나이언틱과 독점 제휴하고 AR(증강현실) 게임 ‘해리포터: 마법사 연합’에 쓰이는 데이터를 무료 제공한다.
문제는 어떤 인기 콘텐츠를 발굴해 지속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느냐다. 화면을 360도 돌려보는 야구경기는 실시간 편집 기술과 장비가 필수다. 경기당 콘텐츠 제공에 필요한 인건비만 억대에 이른다. 이통사 관계자는 “팬 규모로 볼 때 탁구를 할 수도 없고, 선수의 격렬한 움직임을 고려하면 농구도 어렵다”며 “대부분 경기가 매일 있는 것도 아니어서 지속성 부분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콘텐츠 사업 외에 주도권을 가진 B2B 사업도 활발하다. SK그룹은 지난달 SK텔레콤을 포함한 계열사 ICT(정보기술) API(응용 프로그램 구동 기술)를 공개하고 통합 제공하는 'SK 오픈API 포털'을 구축했다.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자사 무료 API로 인기 서비스를 만들면 이후 사세와 서비스 확장에 필요한 세부 기술을 유료로 판매하는 생태계 산업이다. 5G 초저지연 기술 덕에 다양한 융합 콘텐츠 사업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또한 SK텔레콤은 11일 한국철도시설공단과 68억원 규모로 계약하고 300km 이상으로 달리는 KTX에서도 안전하고 원활한 열차간 통신망을 구축할 예정이다. 같은날 KT는 골프존카운티와 세계 최초 5G 스마트 골프장 구축과 제휴 서비스에 나선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서울교통공사와 스마트 스테이션을 구축하고 스마트 팩토리, 드론, 자율주행 사업을 지속 강화시킨다는 계획이다.
다만 5G를 활용한 B2B 역시 망 공급 수준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LTE 수준의 커버리지 구축에 3~4년은 걸릴 것으로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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