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증권업황이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아 견실한 실적을 유지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의 정책 기조도 대체로 우호적이다. 데일리동방은 한국투자금융그룹을 SWOT(강점·약점·기회·위협)으로 구분해 분석했다. <편집자주>
◇ 강점 : 증권·은행·캐피탈 등 다각화된 수익구조
한국투자금융그룹은 한국투자증권을 주력으로 한국카카오은행, 한국투자캐피탈, 한국투자저축은행 등 7개 종속회사를 두고 있다. 금융업권 전반에 다각화한 사업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한국카카오은행의 최대주주로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2613억원으로 전년도 1분기 1959억원에 비해 33.4% 증가했다. 자회사들의 성장이 이끌어낸 결과다. 특히 주력 자회사인 한투증권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한투증권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2186억원으로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당기순익 2000억원을 넘겨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1분기 한투증권의 영업이익 규모는 308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3% 증가했다.
한투증권의 압도적인 호실적은 채권, 배당 등 다양한 사업부문이 고르게 성장한 덕분이다. 특히 발행어음 관련 이익이 한 몫을 차지했다. 한투증권은 발행어음 수신액을 내부에서 투자해 이익규모를 크게 늘렸다.
한투증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업계 자기자본이익률(ROE) 기준 1위 증권사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의 한투증권에 대한 순이익 의존도는 74.7%로 절대적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2017년 4802억원, 2018년 3403억원씩 총 2305억원의 대규모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에 카카오뱅크는 지주의 지원으로 단기간에 규모의 경제와 비용효율성을 확보했다.
예수금 점유율은 0.92%로 지방은행인 제주은행(0.31%)과 전북은행(0.87%)을 추월한 상태다. 자회사들 간 시너지 효과도 나고 있다. 지난 3월말 한투증권은 카카오뱅크와 연계한 계좌를 출시했고, 이 계좌는 100만 좌 돌파를 앞두고 있다.
◇ 약점 : 인보사 사건, 최태원 비자금 등 벌금만 40억
한국거래소는 한투증권의 외국기업 기술특례 상장주선인 자격을 내년 11월까지 제한하기로 했다. 한투증권이 주관사로 나섰던 코오롱티슈진의 인보사 사건 영향이다.
코스닥시장상장규정에 따라 최근 3년간 상장을 주관한 외국기업이 상장 후 2년 동안 관리종목 또는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지정되거나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지 않아야 상장주선인의 자격요건을 갖출 수 있다.
또 한투증권은 금융당국에 물어야할 과징금과 과태료가 총 39억7550만원에 이른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한투증권에 대한 종합검사를 진행한 결과 자본시장법 위반 사항 네 가지가 발견된 탓이다.
한투증권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최태원 SK그룹 회장 개인에게 부당 대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단기금융업무로 조달한 자금을 개인에 대한 신용공여로 운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에 증권선물위원회는 과태료 5000만원 부과를 의결했다.
또 증선위는 한국투자증권에 대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계열회사 신용공여 제한 위반, 단기금융업무 운용기준 위반, 업무보고서 제출의무 위반 및 인수증권 재매도 약정 금지 위반 등과 관련한 조치사항을 의결했다.
우선 한투증권이 지난 2016년 11월 베트남 현지법인(KIS Vietnam)에 3500만 달러(399억원)를 1년간 대여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계열회사 신용공여 제한을 위반한 사안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판단하고 과징금 38억58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월별 업무보고서인 파생상품 업무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신용부도스와프(CDS), 총수익스왑(TRS) 등 장외파생상품의 중개·주선 거래내역을 누락하는 등 거짓으로 작성해 제출한 것에 대해 과태료 4000만원 부과 조치를 받았다. 인수증권 재매도 약정 금지 위반과 관련해선 275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가 한투증권인 만큼 증권업황이 지주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최근 금융 업황이 전체적으로 하락세 폭을 키워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으나, 유일하게 증권업은 수익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모습이다.
나이스신용평가 보고서를 보면 전체적인 금융업권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지난해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였고, 올해 들어 그 폭이 확대되고 있다.
증권업의 ROA도 2018년 1.3%에서 올해 1분기 1.2%로 하락했으나, 순이익 규모가 증가하는 등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증권업 순이익은 같은 기간 1조3393억원에서 1조3924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본부장은 “연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이후 다시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며 증권거래대금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또 채권 및 IB 부문의 실적도 호조를 보여 당초 부정적이었던 전망에 비해 선방한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비슷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면서 “여전히 풍부한 시장 유동성과 채권·IB 부문의 실적호조를 기반으로 전년 수준의 수익성은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형 증권사에 우호적인 정책기조로 인해 성장 여력도 충분하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 정부는 모험자본 육성 등 경제활력 증진을 위한 대형 IB 육성 의지가 확고하고 자본시장 혁신안 발표, 혁신금융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 출범 등 실질적인 액션플랜이 실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비상장기업 투자 전문회사 등 신사업 허용을 비롯한 규제 개선을 통해 앞으로 증권사의 실질적인 신성장동력 확보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 위협 : 소원해진 SK그룹과 관계, 증권업 인가 기준 완화
한투증권의 SK그룹 주관 물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그렇다보니 발행어음 부당대출 사건이 불거진 이후 한투증권과 SK그룹의 관계가 불편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투증권은 지난해 SK그룹 계열사가 발행한 28건의 회사채 중 7건을 맡았다. KB증권이 10건, NH투자증권이 8건을 나눠 맡았다. 한투증권과의 거래 비중이 꽤 높은 편이다.
올 상반기 SK그룹 계열사는 총 15건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 중 한투증권이 주관을 맡은 건은 단 두 개다. 지난해에 비해 확연히 줄었다. SK그룹이 SK증권을 사모펀드에 매각하면서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진 탓도 있다.
올해 SK증권은 SK그룹 계열사의 대표주관을 7차례나 맡았다. 시장에선 발행어음 부당대출 사건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채권발행시장(DCM)이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인 만큼 SK그룹과의 관계가 수익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증권업 인가 기준을 완화할 방침이다. 신규증권사에 종합증권사 허용, 1그룹 1증권사 정책 폐지 등 진입장벽을 낮췄다. 따라서 금융그룹이나 재벌그룹 등이 특화 증권사를 만들거나, 신규 증권사가 진입하면서 기존 증권사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물론 대형사가 큰 타격을 받진 않을 수도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신규 증권사들의 경쟁상대는 중소형 증권사가 될 것”이라며 “대형사들은 이미 IB업무 등을 특화한 만큼 신규 증권사의 경쟁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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