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대기업집단 SWOT분석 25] 모바일 제국 카카오, 4차산업혁명 총아로 ‘톡’

이범종 기자 2019-07-01 13:36:08
카톡, 독점 국내 넘어 해외 개척 과제…스튜어드십코드 부담 카뱅 대주주 적격성 긍정적…블록체인 생태계 구축 주도

김범수 카카오 의장. [사진=카카오 제공]

[데일리동방] ◆ 공정거래위원회가 5월 15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발표하면서 주요 기업의 산적한 과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기업들은 3~4세 시대 개막과 경영권 문제, 중국발 저가 공세에 따른 제품 경쟁력 회복 등 내부의 약점과 외부 위협을 기회로 전환하는 계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데일리동방은 대기업집단을 SWOT(강점・약점・기회・위협)으로 구분해 분석해본다. <편집자주>

양대 포털로 불리는 다음은 2014년 10월 카카오와 합병했다. 2007년 아이폰 등장 이후 PC에서 모바일로 정보기술 판도가 뒤바뀐 지 7년만이었다. 올해부터 카카오는 IT업체 중 처음으로 대기업 반열에 올라섰다. 회사는 국내 1위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캐릭터와 음악, 만화 등 모바일 시대의 총아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강점: 1등 SNS 카카오톡, 음악도 시장 지배

전국민이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은 지난 3월 기준 이용시간 점유율 95%로 플랫폼 기반 사업에 최적의 조건을 가졌다.

올해 카카오의 1분기 매출 7063억1200만원 가운데 44.3%가 플랫폼, 55.7%가 콘텐츠에서 나왔다. 플랫폼 매출은 카카오톡 선물하기와 이모티콘 판매, 광고 등에서 나온다.

모바일 광고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온라인 광고시장은 약 5조5133억원에 이른다. 전년 대비 15.5% 성장한 수치다. 모바일은 3조5987억원이었다. 올해 전체 온라인 광고시장은 6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광고산업은 경기 침체 영향을 받지만 온라인 광고산업은 광고주가 다양해 민감도가 덜하다.

카카오는 최근 시작한 비즈보드(톡보드)에 기대를 걸고 있다. 메신저 두 번째 채팅목록 탭에 광고를 붙인 톡보드는 새 광고주를 시장에 끌어들여 국내 광고시장 판도 변화를 이끈다는 계획이다.

플랫폼과 콘텐츠 부문 매출은 대부분 톡비즈(카카오톡 선물·이모티콘 등)와 포털, 음악(멜론)에서 나온다. 1분기 플랫폼 매출에서 톡비즈와 포털 비중은 각각 40.5%와 40.3%를 차지한다. 콘텐츠 부문에서도 음악이 34.9%로 가장 높은 매출을 보인다. 그 뒤를 게임(23.9%)과 유료 콘텐츠(18.9%)가 잇는다. 5월까지 카카오게임즈가 맡아온 PC판 검은사막 서비스를 제작사 펄어비스에 잡음 없이 넘겼다. PC판 배틀그라운드도 안정적인 수익에 기여하고 있다고 카카오는 자평한다.

캐릭터 상품 매장인 카카오프렌즈는 한국과 일본에 총 27곳이 운영중이다. 음악 서비스 멜론은 국내 플랫폼 3월 기준 시장점유율 61%에 11년 연속 온라인 음악 서비스 만족도 1위 등으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종합 콘텐츠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는 12시간 후 1회차 무료 감상이 가능한 ‘12시간마다 무료‘ 서비스로 호응을 얻고 있다. 이용자는 처음에 무료 만화를 기다리다가 다음편을 이어 보기 위해 결재를 마다하지 않게 되는 구조다.

카카오재팬의 ‘픽코마’는 카카오 페이지 모델을 도입해 일본 디지털 만화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2016년 시작한 픽코마는 지난해 전년 대비 방문자 2.2배, 매출 2.7배 늘었다. 같은해 iOS와 구글플레이 만화앱 다운로드 1위에 오르고 일본 앱스토어 ‘베스트 오브 2018’ 앱에도 선정됐다.

카카오는 지난 19일 카카오페이지 유상증자를 위해 637억2600만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콘텐츠 역량 강화를 위한 조치다. 카카오는 지난해 공격적인 투자로 4분기 영업이익이 42억9300만원에 머물다가 1분기 276억6300만원으로 회복세에 들었다. 메신저와 포털, 게임과 음악 등 기존 사업 기반이 단단하게 버텨주고 유료 콘텐츠와 IP 사업, 신사업 등이 성장한 영향으로 보인다.

운송분야 영향력도 점차 높아진다. 2015년 출시된 카카오택시는 지난 3월 기준 2190만명이 사용하는 필수 앱이 됐다.

금융부문도 무서운 속도로 크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11월 투자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4달만에 투자액 400억원을 돌파하며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약점: 잘 나가던 다음, 국내외 포털에 열세

국내 과점 지위를 누리는 카카오톡이지만 해외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국내 카카오톡 월간 활성 이용자는 1분기 기준 4407만6000명으로 인구 대부분이 쓰고 있다. 전분기 보다 26만명 늘어난 숫자다. 반면 230개국 16개 언어로 서비스하는 글로벌 사용자는 5054만7000명에 불과하다. 해외 각국의 국민 메신저도 카카오만큼이나 뿌리가 깊어 이 같은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가 독식하는 포털시장도 고민거리다. 다음은 지난 3월 기준 순방문자 2045만명에 시작페이지 설정 점유율 26%를 기록했다. 검색서비스 활성화 정도를 보여주는 통합검색쿼리 점유율은 같은달 기준 16%에 불과하다. 네이버와 구글을 비롯한 국내외 경쟁자들 틈바구니에서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대책이 요원하다.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IT업계 최초로 카카오를 대기업으로 지정했지만 합병한 회사들을 통한 신사업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1분기 플랫폼 부문에서 신사업(모빌리티·페이 등)이 차지하는 비율은 5.97%에 불과하다. 콘텐츠 부문 가운데 카카오프렌즈 상품 판매 등 ‘IP 비즈니스 기타’에 해당하는 사업이 22.2%다. 카카오는 계열사가 71개에 이르지만 대부분 가능성을 보고 인수하거나 세운 회사다. 카카오는 신사업의 본격적인 수익 창출이 올해 출발선에 들어섰다고 본다.

 

그라운드X는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Klaytn)’에 20여개 거버넌스 카운슬을 모아 블록체인 대중화에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사진=그라운드X]

◇위협: 이제는 대기업, 국민연금 경영권 개입 가능성

콘텐츠 매출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게임은 최근 질병코드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5월 WHO(세계보건기구)가 ‘게임 사용 장애(Gaming Disorder)’를 국제표준질병분류 11판(ICD-11)에 등재한 이후 국내에서 마녀사냥식 규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가정과 학교 환경 대신 게임만이 청소년 일탈과 범죄, 학습부진 원인이라는 편견에 힘이 실려 예술로서의 게임은 물론 산업적 측면에서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된다는 관측이다.

올해 대기업이 된 카카오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의결권 행사)가 점차 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민연금 반대표 행사 비중은 2014년 9%에서 지난해 18%로 뛰었다. 전문가가 아닌 현직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금 운용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의 장이라는 점도 경영권 방어에 위험요소다. 국민연금은 카카오 주식의 7.21%를 갖고 있다. 다른 말로 정부 기조에 따라 움직이는 지분율이다. 최대주주인 김범수 의장의 지분율은 15.01%다.

택시 기사들의 거센 반대로 카카오 카풀 서비스가 상용화 문턱을 넘지 못한 점도 장기 과제로 남았다.

◇기회: 암초 벗어난 금융산업, 블록체인 대중화 도전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는 정부가 카카오에 우호적인 판단을 내리는 점은 호재다. 법제처는 지난달 24일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 재개 신호탄을 쐈다.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카카오뱅크 지분이 없는 김범수 의장을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유권해석을 내면서다. 앞서 김 의장은 지난 2016년 계열사 5곳의 공시를 누락한 혐의를 받았지만 5월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검찰이 항소했지만 소송은 더이상 적격성 심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게 됐다. 현행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따르면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이 인터넷은행 지분을 10% 넘게 보유하려면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적이 없어야 한다.

NH투자증권 안재민 연구원은 지난달 27일 보고서를 내고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1대 주주로 올라설 경우 카카오톡과 카카오페이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을 출시해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카카오뱅크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65억7000만원이다. 전체 총수신 14조9000억원에 총여신 9조6700억원으로 각각 지난해 1분기 7조1300억원, 총여신 5조8600억원을 크게 웃돌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도 같은달 25일 신규 종합증권사 설립을 허용하고 증권사 대주주 심사 요건을 완화하는 금융투자업 인가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카카오의 바로증권 인수 관련 대주주 적격 심사 통과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블록체인 사업도 빼놓을 수 없다. 카카오 계열사 그라운드X는 지난달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Klaytn)' 메인넷을 출시하고 공동 운영사도 공개했다. 클레이튼은 블록체인 기술의 가치와 유용성을 증명해 대중화 하기 위해 개발됐다. 공동 운영사인 거버넌스 카운슬은 LG전자와 LG상사, 게임사인 넷마블과 펄어비스, 펍지 등 IT, 통신, 콘텐츠, 게임, 금융 산업대표 기업 20여곳으로 구성됐다. 한국과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지역이 해당 산업을 주도하고, 대중의 신기술 수용성도 높다는 점을 고려해 아시아 거점 기업 위주로 모았다는 설명이다. 공동 운영에는 카카오와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지, 카카오게임즈, 카카오IX 등 카카오 공동체도 참여해 힘을 실었다.

카카오는 플랫폼 개발에서 멈추지 않고 생태계 구축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선 ▲음식 리뷰를 써서 받은 토큰으로 레스토랑서 결제할 수 있는 ‘힌트체인’ ▲동영상 업로드나 미션 수행시 토큰으로 보상받는 ‘앙튜브’ ▲이미지 콘텐츠 공유 SNS ‘피블’ 등 약 9개 서비스가 이달 초 1차 공개된다.

클레이튼 거버넌스 카운슬 참여사 시가총액은 약 75조원에 달한다. 플랫폼의 안정성과 신뢰도를 꾸준히 높여 블록체인 대중화에 성공할 경우 카카오는 금융과 콘텐츠 사업 곳곳에서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