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은 오는 29일 오후 5시에 ‘슈만 교향곡 1번’을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다.
슈만의 ‘교향곡 1번’은 봄을 대표하는 노래다. 슈만은 이 곡을 겨울에 완성했으며, 시인 아돌프 뵈트거 시의 한 구절인 ‘바꾸어라, 당신의 모든 것을. 봄이 가까이 왔다’에 큰 영감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지휘봉을 잡을 욘 스토르고르스는 지휘자 겸 바이올리니스트로 커리어를 이어오고 있으며 현재 BBC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수석객원지휘자로 활동 중이다. 슈만과 관련된 그의 이력은 매우 흥미롭고 다채로운데, 그의 모국인 핀란드에서 슈만의 유일한 오페라인 ‘게노페파’와 초기작 ‘츠비카우’ 교향곡의 초연을 지휘했으며,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슈만 첼로 협주곡의 바이올린 버전과 바이올린 소나타 제3번을 초연했다.
인간의 목소리와 가장 유사한 악기로 거론되는 것이 바로 클라리넷이다. 10살에 클라리넷 연주를 시작했던 클라리네티스트 김한이 이번엔 본인이 낼 수 있는 가장 따뜻한 목소리를 클라리넷 연주에 실어 서울시향 팬들에게 들려준다.
지난해 9월부터 핀란드 방송교향악단의 부수석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2013년 교향악축제에서 닐센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협연하며 영재에서 차세대 연주자로 단숨에 성장하게 되었다. 서울시향과는 프랑스 출신 알렉상드르 블로슈의 지휘로 2016년 12월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을 협연한 바 있다.
닐센은 60세가 넘은 나이에 코펜하겐 목관 5중주단의 클라리넷 단원을 위한 협주곡을 쓰게 되었는데 이 곡은 비교적 작은 편성으로 협연자의 기량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작곡한 배려가 돋보이는 곡이다. 또한 닐센이 남긴 작품 중 가장 현대적인 곡이기도 하다. 약 24분의 단악장 작품인 이 곡은 클라리넷 연주자에게 많은 연습과 기교적인 표현을 요하는 ‘변덕스러운 날씨’와도 같은 곡이다. 연주자의 역량과 표현방식에 따라 곡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질 수도 있는 곡으로 김한의 ‘비르투오시티(Virtuosity)’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다.
김한은 서울시향 팬들에게 전하는 인사말을 통해 “닐센의 협주곡은 가장 좋아하는 협주곡 중 하나이다. 이 곡을 ‘두 개의 상반된 자아’에 대한 협주곡이라고 생각하는데, 바로 서정적 멜로디의 자아와 말썽꾸러기면서 장난스러운 리드미컬한 자아가 그것이다. 관객분들이 이러한 이미지를 떠올리며 감상해보시면 좋겠다”라고 이 곡을 소개했다. 지휘자 욘 스토르고르스와 김한은 올해 1월 핀란드 방송교향악단 연주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날 공연은 시벨리우스 이후 핀란드 출신의 가장 유명한 작곡가인 ‘라우타바라의 북극의 노래’로 시작한다. 라우타바라는 작곡 초기 드뷔시의 회화적인 양식과 러시아 작곡가들의 불협화음과 조성적인 대위법 등에 영향을 받았다. 이후 12음 기법을 사용하는 모험적인 시기를 거쳐 ‘북극의 노래’를 작곡할 시점인 1972년 경에는 ‘신 낭만주의’ 경향으로 작품 속에 대칭, 자유로운 조성, 다양한 음색 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현대음악 작곡가로서 다양한 작곡기법을 시도했지만, 라우타바라는 실험적인 시도에만 머무르지 않고 오롯이 자신만의 표현법을 연구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작곡 기법이 바로 라우타바라만의 고유한 작품세계의 근간이 된 것이다. 그는 시벨리우스 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헬싱키 주요 신문사의 칼럼니스트로 활약했으며 라디오 방송의 출연자와 진행자로 다양한 청중들과 소통하기도 했다.
이 곡에는 작곡가가 핀란드 북부의 습지대와 북극권에 서식하거나 철 따라 이동하는 새들의 지저귐을 직접 녹음해 다큐멘터리의 배경음악처럼 잔잔하게 작품에 녹여내었다. 총 3악장으로 구성된 곡의 2악장에는 종달새의 노래가, 3악장에는 백조의 소리가 담겨 있다. 이 작품의 부제는 ‘새들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Concerto for Birds and Orchestra)’이다. 관악기들이 새소리를 모사하는 장면들을 관객들은 흥미롭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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