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는 델타항공에 한진그룹 경영효율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공조할 것을 제안했다. 이러한 상황이 전개되자 한진칼 주가는 폭락했다. 경영권을 지키는 과정에서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델타항공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한진칼 지분 4.3%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양국 규제당국 승인 후에는 지분을 1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투자 이유로는 조인트벤처(JV) 등 전략적 협업관계 강화다.
델타항공 JV 형태로 타국적 항공사 지분을 취득해왔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에어프랑스 지분 10%를 취득했다. 2015년에는 중국동방항공 지분 3.5% 확보했다. 브라질 GOL 지분 9.5%도 보유중이다.
그러나 델타항공이 대한항공과 같은 항공사가 아닌 지주사에 투자했다는 점이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항공관련법상 외국인의 국적사에 대한 지분투자는 49%까지만 허용된다”며 “그 이하라도 실질적인 지배력이 있으면 면허가 취소된다”고 말했다. 그는 “10%라면 대한항공에 직접투자가 가능했을 것”이라며 “KCGI의 한진칼 지분율이 확대되고 있는 과정에서 한진칼에 지분을 투자했다는 점은 한진그룹 우호지분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간 KCGI가 한진그룹 오너일가와의 지분격차를 줄이면서 한진칼 주가도 상승했다. KCGI가 제시하는 불필요한 자산매각, 경영투명성 등이 반영된 탓이다.
그러나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매입 소식과 함께 한진칼 주가는 폭락했다. 시장에서도 델타항공을 조원태 회장의 ‘백기사’로 해석하는 모습이다.
앞서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한진칼 전무,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복귀했다. 지난 2018년 4월 ‘물컵 갑질’로 물의를 일으켰으며 진에어는 미국적자인 조 전무의 불법 등기임원 문제로 항공사업 면허 취소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시장의 비판을 무릅쓰고 조 전무가 복귀한 배경으로는 ‘남매경영’이 꼽힌다. 3세 경영자들이 다툼없이 고(故) 조양호 전 회장 지분을 고스란히 받아야만 경영권 방어가 수월한 탓이다. 주주를 위한 경영이 아닌 남매를 위한 경영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취득은 ‘남매경영’에 힘을 싣는 격이다. 그러나 KCGI가 델타항공에 주주로서 한진칼에 대한 감시와 견제역할을 제안하면서 또 다시 새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KCGI는 입장문을 통해 “워렌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가 델타항공 최대주주”라며 “버핏 회장은 투명한 기업 경영을 강조하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이어 “투명한 지배구조에 관해 델타항공과 KCGI도 같은 철학을 갖고 있는 만큼 세계 1위 항공사의 주주 참여로 한진그룹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KCGI는 한진그룹에 대해 전문경영인 체제가 확립되지 않았고 총수일가의 후진적이고 불법적인 관행들이 만연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델타항공이 조원태 회장 백기사를 자처하면 그 명성에 금이 갈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조원태 회장 입장에서는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확보가 달가울 수 있다. 그러나 그간 델타항공의 투자철학 등을 보면 궁극적으로는 주주가치 제고와 경영투명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끌어들인 세력이 오히려 독(毒)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