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만난 (사)금융과행복네트워크 정운영(50) 의장도 9년째 국회에 계류중인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했다. 그는 "금융사의 불완전 판매 금지와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에 맞춰진 법 제정 방향에는 공감한다"며 "그러나 방향만 설정됐을 뿐 진척 없이 9년이 흘렀다"고 비판했다.
◆ 금융혁신 첫걸음 '소비자 주권'…"국회부터 열려야"
미국, 영국 등 금융선진국은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관련 조직을 구성하고 규제를 강화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금융소비자보호법은 14개 제정안이 발의됐고, 현재 9개가 시한만료로 폐기된 상태다.
나머지 의원발의안 4개, 금융위발의안 1개가 논의돼다 최근 금융위발의안만 계류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운영 의장은 "금융소비자보호를 같이 구축하지 않으면 금융혁신의 진정성과 성장이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진정한 금융혁신의 첫걸음은 금융소비자의 주권 강화"라며 "금융소비자보호법은 금융시장의 불신을 극복하고 소비자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민생법안인데 국회가 열리지 않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혁신과 금융소비자보호는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재차 강조했다. 미래기술혁신을 통한 혁신금융서비스가 구현되면 궁극적으로 금융소외계층인 저신용자와 저소득자도 '낮은 수수료'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금융소외계층에게 금융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이 완성될 때 금융소비자주권이 실현되고, 이것이 곧 금융혁신이라는 시각이다. 정운영 의장은 '금융권 윤리헌장 10대 기본가치'를 제시하며 "첫 번째 기본가치는 고객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고 서비스 하기라고 적시돼 있지만, 금융소비자피해는 지속적으로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은행 신규대출 시 구속성 예금, 부당 대출모집, 보험상품의 불완전 판매, 저축상품으로 오인하도록 하는 판매, 비대면 보험영업채널 등으로 인한 피해가 대표적이다.
아울러 금융소비자 보호의 출발점과 관련해 정운영 의장은 "(시장이) 소비자 지향적 마인드인가를 우선 상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비자 지향적'이란 표현은 소비자에게 적정한 상품과 서비스를 권하는 게 아니다.
정운영 의장은 "소비자에게 최상의 이익을 주는 것을 권하는 게 '소비자 지향적'에 맞는 표현"이라며 "결국 금융시장의 신뢰 회복과 더불어 장기적으로는 금융회사까지 동반 성장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전했다.
◆ 영국도 도입… "금융문화토크쇼 전국순회 예정"
정운영 의장은 핀테크 발달 속도에 맞는 소비자의 의식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으로 '금융문화운동'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사례를 들었다.
금융선진국으로 불리는 영국이 최근 10년 이상 금융교육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국민들의 체감도가 떨어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러자 영국 금융당국은 국민을 대상으로 금융교육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한 해 300회에 달하는 국민토크쇼를 열었다.
정운영 의장은 "금융은 거창하고 어려운 게 아니다"며 "금융은 지식을 넘어 경제적 삶의 태도이자 습관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기적인 금융교육은 개인의 태도와 습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 "장기적으로 생애를 염두하고, 시대에 맞는 내용과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금융교육의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금융과행복네트워크는 금융문화운동의 일환으로 '금융문화토크쇼'를 기획했다. 돈에 대한 올바른 의식과 문화를 확산한다는 취지로 전국을 순회할 계획이다.
정운영 의장은 "금융이 '인풋(input)'이면 '아웃풋(output)'은 행복이어야 한다"며 "앞으로 핀테크와 같은 미래금융과 금융소비자역량을 함양하는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정운영 의장은?
=1971년 2월 6일 광주 출생
=전남대학교 소비자경제학 박사-오하이오주립대 박사 후 과정 연구원
=2002년~현재 전남대·충남대·충북대·한국교원대 외래교수
=2013년~현재 한국금융복지정책연구소 공대표
=2015~2018년 금융감독원 은행비은행분과 자문위원
=2016년~현재 금융과행복네트워크 의장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