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 영상톡]"소금으로 본 인류의 역사"..'호모 소금 사피엔스' 국립민속박물관

홍준성 기자 2018-05-01 20:05:05
'세계의 소금' 특별전 5월 1일~8월 19일까지

[박혜령 큐레이터가 설명하고 있다]

몸길이가 3~5.5m나 되는 고대 포유류 매머드는 생존에 필요한 소금을 찾아 떠돌았다. 고대 인류도 사냥을 위해 매머드를 쫓아 이동했다. 그 길을 '매머드 스텝'이라 부른다. 식량과 소금을 찾아갔다고 해서 '소금길'이라고도 한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은 '소금'을 주제로 한 '호모 소금 사피엔스(Homo Salinus Sapiens) 특별전을 이달 1일부터 8월 19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Ⅰ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소금밭 일꾼의 임시가옥'(인도), '암염 광산'(폴란드), '자염 가마'(라오스)를 재현하고, '소금 운반용 수레'와 '원형 소금', '막대 소금'(파푸아뉴기니), '소금통' 등 유물 및 영상 350여 점이 전시됐다.

박혜령 큐레이터는 "이번 소금 특별전은 박물관에서 진행하는 물질문화 프로젝트의 두 번째 주제"라며 "2013년에 시작해서 2년간 현지조사를 거치고 자료수집을 한 후 전시를 오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크게 프롤로그(prologue)와 1부, 2부, 에필로그(epilogue)로 구성됐다.

프롤로그는 소금길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류의 터전이 소금을 찾아 떠나는 매머드를 따라 확대되고, 인류의 문명과 소금의 역사가 영상을 통해 소개된다.

[국립민속박물관]


1부는 소금의 생산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소금의 원천은 바다이다. 지금 바다이거나 과거에 바다였던 곳에서 소금을 얻는다.

소금은 생산 방식의 차이에 따라 천일염, 자염, 암염, 회염으로 구분한다.

바닷물이나 지하 염수를 바람과 햇빛에 건조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천일염이고 물을 끓여서 증발시키면 자염이 된다.

고체로 굳은 광물을 캐내서 소금을 만드는 방식이 암염이고, 뉴기니섬 안에서 행해지는 소금 연못에 나무를 절였다가 태우는 방식이 회염이다.

전시실에는 미디어 인포그래픽(information graphics)으로 이런 것들이 잘 소개돼있다.

[국립민속박물관]


13세기 폴란드 암염 광산에서 소금을 채굴하는 모습도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했다.

소금 광산에서는 말을 동력원으로 사용했고 사람이 손으로 파고 괭이로 찍어 소금을 캐냈다. 

당시에 쓰였던 소금 블록, 뿔피리, 곡괭이, 손수레 등을 폴란드 박물관에서 들여와 전시했다. 

특히 손수레는 끌면 '헉헉' 소리가 난다고 해서 일명 '헝가리의 개'라고 부르기도 했다.

[국립민속박물관]


인도 구자라트 지역의 '소금밭 일꾼의 임시가옥'도 한구석에 놓였다.
천일염을 생산하는 이 지역은 건기와 우기가 매년 반복되기 때문에 염전을 해마다 새로 만들어야 한다.
그곳 사람들은 건기에 살고 있던 집을 떠나서 사막에 들어간다. 임시 천막을 짓고 가족이 모두 소금 만드는 일을 한다.
세계적으로 가장 힘들게 소금을 만드는 곳 중에 하나다.

인도의 염전은 주변이 다 사막으로 돼 있고, 지하에서 염수를 끌어 올려서 건조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사막의 크기는 한국의 경상북도 크기만 하다고 한다.

[국립민속박물관]


프랑스의 게랑드 마을은 우리나라의 신한과 똑같은 방식으로 소금을 생산한다. 갯벌에서 천일염을 생산하기 때문에 소금 색깔이 회색빛이 많이 난다.

전시장에는 천일염 제작에 필요한 도구들이 빼곡히 놓여 있다.

라오스의 자염 방식도 모형으로 소개됐다.
라오스는 암염 층의 지하 염수를 끌어 올려서 가마에 끓여서 만드는 자염 방식이다.
가마 형태가 사각형으로 돼 있고 함석을 재질로 쓴다. 반면 한국은 흙이나 철을 사용한다.

한국도 전통적으로 자염 방식을 사용했지만 1907년 일제가 대만식 천일염 방식을 들여왔다.

자염은 천일염보다 입자가 가는 게 특징이고, 끓여서 만든 소금이 건조해 만든 소금보다 구수한 맛이 나고 불순물이 더 없다고 한다.
 

[국립민속박물관]


회염은 파푸아뉴기니 섬에서 유일하게 하는 방식이다.
소금 연못에다가 나무를 3개월 정도 절인 다음에 불로 태워서 재를 만든다. 그 재 자체가 염기를 가지고 있는 소금이 된다. 그걸 다시 물로 짓이겨서 막대 형태로 만들거나 원형의 형태로 만든다.
파푸아뉴기니에서는 이것을 화폐대용으로 사용했다.

2부 '소금, 일상과 함께하다'에서는 우리의 일상에서 여러 용도와 문화적 의미로 사용되는 소금을 소개한다. 소금의 다양한 속성을 '짠', '흰', '불변의', '귀한'이라는 네 가지 주제어로 나누어 관람객에게 제시한다.

생산방식별로 소금의 짠맛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관람객들은 한국의 천일염, 프랑스 게랑드 소금, 영국의 자염소금, 안데스 호수염, 히말라야 암염 등 다섯까지 소금을 맛볼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소금은 흰색이다. 흰색이 순결, 정화 등과 관련되면서 소금은 순결함과 순수함, 깨끗함의 상징으로 확대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이가 이불에 오줌을 쌀 때 소금 동냥을 해오도록 했다.
이것도 일종의 아이한테 나쁜 기운이 들어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장례식장 출구에 소금을 놔두고 집에 돌아가기 전에 뿌리도록 했다.

소금은 썩지 않는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썩지 않기에 영원히 변하지 않는 소금의 속성은 변하지 않아야 할 ‘약속’이나 ‘동맹’, ‘우호’를 나타내는 상징이 되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미라를 70일간 소금물에 담가 방부 처리하였는데, 이는 ‘제드바스티우에프앙크의 관Coffin of Djed-Bastet-iu-ef-ankh’ 뚜껑에 그려져 있는 이미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8세기 이전까지 소금은 귀했다.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다.
유럽에서는 식탁 위에 소금통이 항상 놓여 있고 고급스럽게 치장하는 것이 유행했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배 모양의 소금통은 군주를 상징한다고 해서 권력의 최고점에 있는 사람들만 사용했다.

전시장 곳곳에는 소금에 대한 각종 이야기가 가득하다.

세계 각국의 소금 관련 속담과 전설, 금기, 그리고 소금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 영화의 포스터 등을 통해 관람객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우리의 일상과 문화를 함께했던 소금에 관해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에필로그의 함민복의 시 '눈물은 왜 짠가'에서는 소금을 통한 어머니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가난했던 어머니는 아들이 먹는 설렁탕에 소금을 많이 풀어 공짜 국물을 더 먹게 한다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