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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포스코이앤씨, 안전까지 외주화했나…공정위 제재가 드러낸 건설업의 그늘

한석진 기자 2026-02-26 10:53:16
지난해 8월 미얀마 국적의 30대 남성 근로자 A씨가 경기 광명시 포스코이앤씨 고속도로 건설공사 현장에서 감전 사고를 당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포스코이앤씨가 하청업체에 안전관리 비용과 사고 책임을 떠넘기는 계약 조항을 두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절차에 올랐다. 사안은 법률 위반 여부를 가리는 절차에 속해 있다. 그러나 이번 논란이 던지는 질문은 그보다 깊다. 기업이 무엇을 비용으로 보고 무엇을 책임으로 인식해왔는지에 관한 물음이다.
 

건설 현장의 안전은 원청의 고유한 책무다. 이는 산업안전보건법과 하도급법이 분명히 하고 있는 원칙이다. 그럼에도 계약서에 “안전사고 시 민형사상 모든 책임은 하청이 진다”는 문구를 명시했다면 이는 단순한 특약의 문제가 아니다. 법률 문구로 책임의 방향을 바꾸려 한 시도이기 때문이다.
 

기업 경영에서 비용 절감은 상수에 가깝다. 문제는 절감의 대상이다. 안전장비 설치 비용을 하청에 부담시키고 사고 책임을 일괄 전가하는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원가를 낮출 수 있다. 그러나 그 선택은 현장의 위험을 가장 취약한 곳으로 밀어 넣는다. 외주화된 책임은 결국 외주화된 위험으로 되돌아온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건설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 중 하나다. 개별 사고의 법적 책임은 별도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 다만 그와 병행해 안전 비용을 하청에 전가하는 계약 관행이 유지됐다면 이는 경영 전반의 인식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안전을 비용 항목으로만 다루는 태도는 사고 이후의 사과나 재발 방지 대책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이번 조사에서 최저 낙찰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정황과 서면 교부 지연 사실도 확인됐다. 가격과 절차는 공정 거래의 기초다. 그 기초가 흔들릴 때 현장은 압박을 받는다. 공사비가 낮아질수록 안전 비용은 가장 먼저 조정 대상이 된다. 책임 전가 조항은 그런 압박의 결과물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건설 산업은 다단계 외주 체계 위에 서 있다. 그렇기에 원청의 역할은 더 무겁다. 책임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중심을 잡는 것이 원청의 존재 이유다. 계약서 한 줄로 법적 의무의 방향을 바꾸려 했다면 이는 기업 윤리의 문제로 이어진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절차에 따라 내려질 것이다. 그러나 법적 결론과 별개로 분명한 사실이 있다. 안전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전제 조건이다. 이를 외주화하는 순간 기업의 지속 가능성도 함께 흔들린다.
 

이번 사안이 일회성 제재로 끝날지 아니면 건설업 전반의 관행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지는 기업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 있다. 책임은 계약서로 옮겨 적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현장은 그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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