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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현장] 방산 ESG, 정책이냐 시장이냐…"누가·어떻게 만드나"에서 갈린 정부·시장·기업

정보운 기자 2026-01-15 16:32:17

정책 주도형 지표와 자본시장 평가 방식 간 간극 드러나

공시·평가 부담 커지는 가운데 방산 특수성 반영이 관건

공급망 리스크·글로벌 공시 압박 속 기준 논의 본격화

15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K-방위산업 ESG 활성화 정책 토론회'에서 김철홍 한화에어로스페이스 ESG 사무국 상무(좌측에서 두 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보운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방위산업을 둘러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논의가 본격화됐지만 기준을 '누가·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두고 정부·시장·기업 간 시각차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방산 ESG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정책 주도형 지표와 자본시장 중심 평가 방식 사이의 간극이 과제로 떠올랐다.

15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K-방위산업 ESG 활성화 정책 토론회'에서 방위사업청은 연내 방산 ESG 기준을 마련하고 산업통상자원부의 K-ESG 가이드라인에 방산 업종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간 윤리·투명성 중심으로 다뤄지던 방산 ESG를 대·중소기업 상생, 지역사회 책임, 수출 과정에서의 공적 책임까지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김일동 방위사업청 방위산업진흥국장은 "방산업은 안보라는 특수성을 지닌 만큼 일반 산업과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기는 어렵다"며 "안보적 가치를 ESG 지표에 어떻게 녹여낼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사청은 향후 ESG 지표를 제안서 평가나 이윤 산정 과정과 연계해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ESG 평가기관 측에서는 정부 주도의 '모범 답안형' 지표 설계가 ESG 본래 취지와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류영재 국내 ESG 평가 전문기업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ESG는 기업이 중요한 정보를 공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투자자와 시장이 평가·인게이지먼트를 하는 구조여야 한다"며 "가중치를 정해놓고 경영 방향을 제시하는 방식은 시장 메커니즘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방산 ESG의 핵심 리스크로는 공급망 문제가 지목됐다. 무기체계 부품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중소·중견 협력사의 ESG 대응 수준이 낮아 유럽연합(EU)의 공급망 실사 강화 흐름 속에서 수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류 대표는 "하드웨어 경쟁력은 글로벌 수준에 도달했지만 ESG라는 소프트웨어에서는 기업 간 격차가 크다"고 평가했다.

기업들은 ESG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평가 기준 불확실성과 공시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날 토론에 나선 김철홍 한화에어로스페이스 ESG 사무국 상무는 온실가스 감축, 안전관리, 협력사 금융·ESG 지원 등 주요 이행 현황을 소개하며 "글로벌 ESG 평가기관 대응과 공시 체계 구축이 새로운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상무는 이어 "국내 기준뿐 아니라 MSCI·에코바디스 등 해외 평가까지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방산업 특수성을 반영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으면 기업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며 "특히 협력사까지 포함한 공급망 차원의 ESG 관리가 현실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방산 ESG 논의가 '도입 여부' 단계를 넘어 '설계 방식'을 둘러싼 조율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책 주도의 기준 마련과 자본시장 중심 평가를 어떻게 조화시킬지 또 방산 특수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글로벌 기준과의 정합성을 확보할지가 향후 제도 정착의 관건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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