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인공지능(AI) 시대의 패권이 모바일 제왕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8년 만에 애플을 제치고 미국 증시 시가총액 2위 자리를 탈환했다. 이는 단순한 순위 바꿈을 넘어 글로벌 테크 시장의 주도권이 하드웨어 중심의 모바일 생태계에서 AI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중심으로 완전히 넘어갔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알파벳 클래스 C 주가는 전일 대비 2.52% 상승한 322.47달러에 마감했다. 이날 종가 기준 알파벳의 시가총액은 3조 8912억 달러(약 5644조원)를 기록해 3조 8470억 달러에 그친 애플을 넘어섰다.
애플 주가는 이날 0.77% 하락하며 구글의 상승세와 대조를 이뤘다. 알파벳이 시총 순위에서 애플을 앞선 것은 2019년 이후 처음이며 미국 내 가치 있는 기업 2위 자리에 복귀한 것은 2018년 2월 이후 약 8년 만이다. 부동의 1위는 시총 4조 5969억 달러를 기록 중인 엔비디아다. 이로써 미 증시 최상위권은 엔비디아와 구글이라는 명확한 'AI 선도 기업'들이 장악하게 됐다.
◇ '제미나이'와 'TPU'... 구글이 애플을 넘은 두 가지 무기
구글의 약진은 철저히 AI 경쟁력에서 비롯됐다. 구글은 자체 개발한 초거대 AI 모델 '제미나이(Gemini)'를 검색과 유튜브 및 클라우드 등 자사 핵심 서비스 전반에 성공적으로 이식하며 수익화 모델을 증명해냈다. 지난해 구글 주가가 65% 가까이 폭등한 배경에는 이러한 AI 생태계 확장에 대한 시장의 확신이 자리 잡고 있다.
주목할 점은 구글이 소프트웨어를 넘어 하드웨어 영역에서도 엔비디아를 위협할 잠재력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구글이 자체 설계한 AI 가속기 'TPU(텐서프로세서유닛)'는 엔비디아 GPU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자사 서비스에 최적화된 연산 능력을 제공한다. 시장에서는 구글의 TPU가 장기적으로 엔비디아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할 수 있는 강력한 대항마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구글이 AI 시대를 위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수직 계열화를 완성해 나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BNP파리바의 닉 존스 애널리스트는 전날 보고서를 통해 "구글은 AI 플랫폼 시장을 장악할 가장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분석했다. 검색 데이터라는 방대한 자원과 이를 처리할 자체 칩 그리고 서비스할 플랫폼까지 갖춘 구글의 밸류체인이 경쟁사들을 압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 혁신 멈춘 애플, 'AI 지각생' 꼬리표가 발목
반면 애플의 추락은 '혁신의 부재' 탓이다. 애플은 아이폰 판매 둔화 우려 속에 AI 경쟁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공개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차세대 '시리(Siri)' AI 서비스 출시가 연기되면서 투자자들의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 온디바이스 AI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구체적인 로드맵 제시에 실패하면서 'AI 지각생'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월가의 시선도 싸늘하다. 투자회사 레이먼드 제임스는 최근 애플의 투자 등급을 하향 조정하며 올해 투자자들이 애플을 통해 이익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드웨어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이 겹친 상황에서 AI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마저 보여주지 못한 것이 치명타가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총 역전을 '모바일 시대의 종언'과 'AI 시대의 개막'으로 해석한다. 지난 10여 년간 애플이 아이폰을 앞세워 모바일 생태계를 지배했다면 앞으로는 AI가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구글의 위상은 당분간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구글은 검색 광고라는 확실한 캐시카우를 기반으로 AI 인프라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가 검색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초기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오히려 검색 경험을 고도화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전화위복'의 모습을 보여줬다. 여기에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와 딥마인드의 연구 성과들이 시너지를 내기 시작하면 기업 가치는 4조 달러를 넘어 엔비디아와 진검승부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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