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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칼럼] 외교는 각본이 아니라 순간에서 완성된다

양규현 사장 2026-01-06 12:14:34
양규현 이코노믹데일리 사장

화질은 확실하쥬? 경주에서 선물 받은 샤오미로 시진핑 주석님 내외분과 셀카 한 장. 덕분에 인생샷 건졌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 짧은 메시지는 표면적으로는 가볍고 유머러스해 보인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외교적 함의는 결코 가볍지 않다. 대통령은 ‘인생샷’이라고 표현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사진 그 자체보다 사진이 만들어진 순간과 장면이었다. 실제로 대통령이 자신의 X(옛 트위터)에 공개한 사진 세 장 가운데 두 장은 제3자가 촬영한 장면이다. 셀카는 하나였지만 외교적 메시지는 여러 장면으로 확장됐다.

즉흥적인 애드리브처럼 보였던 이 셀카는 사실 계산된 ‘순간의 선택’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외교의 현장은 늘 각본과 의전으로 채워지지만 때로는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짧은 장면 하나가 수십 개의 공식 발언보다 더 강한 메시지를 남긴다. 과연 지금까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와 셀카를 찍은 외국 정상이 있었던가.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시 주석으로부터 선물 받은 샤오미 스마트폰을 이번 중국 국빈 방문길에 챙겼다. 이는 단순한 소지품이 아니라 외교적 맥락을 읽어낸 디테일의 정치였다. 당시 “통신 보안은 됩니까”라는 대통령의 농담에 시 주석이 웃으며 “뒷문이 있는지 한번 확인해보라”고 응수했던 장면은 이미 양국 정상 간 신뢰의 상징으로 회자된다. 한국산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샤오미 스마트폰은 그렇게 기술과 유머, 외교를 잇는 매개가 됐다.
 

 

이번 셀카의 진짜 의미는 분위기의 변화에 있다. 무뚝뚝한 이미지로 알려진 시 주석은 대통령의 재치에 여러 차례 미소를 보였고 딱딱하던 외교 현장의 공기는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 펑리위안 여사와 김혜경 여사 사이에서도 자연스러운 교감이 오갔다. 형식과 의전이 아닌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전면에 드러난 순간이었다.

결국 이 셀카는 단순한 기념사진이 아니다. 외교에서의 기지와 타이밍 그리고 인간적 접근이 어떤 힘을 갖는지를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다. 외교는 말보다 표정이고 문장보다 장면이며 전략 이전에 신뢰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이재명 대통령의 셀카는 그래서 ‘순간이 완성한 외교’, 새로운 외교 문법을 담은 사진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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