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올해 하반기 서울 집값이 급등하자 부동산 시장에서는 외국인 매수 특히 중국인 자본이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됐다. 강남 아파트를 외국인이 쓸어간다는 표현도 어렵지 않게 등장했다. 그러나 실제 거래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이런 인식과 통계 사이에는 적지 않은 간극이 있다.
22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을 기준으로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서울에서 매매로 소유권 이전 등기를 신청한 매수인은 17만4625명이다. 이 가운데 외국인은 1787명으로 전체의 1% 수준에 그쳤다. 외국인 매수가 전년보다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같은 기간 전체 매수 규모가 더 크게 증가하면서 비중은 오히려 소폭 낮아졌다. 외국인이 서울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좌우할 만큼의 규모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외국인 가운데 중국인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 역시 전체 시장 기준으로 보면 제한적이다. 서울에서 부동산을 매수한 외국인 중 중국 국적자는 770명으로 외국인 전체의 40%대다. 하지만 이를 서울 전체 거래와 연결해 보면 중국인 매수는 전체 매수인의 0.4% 수준에 머문다. 외국인 중 다수라는 점이 곧 시장 주도력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논란의 핵심이 된 강남과 한강벨트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난다. 올해 집값 상승의 출발점으로 지목된 강남3구와 마포 용산 성동 등 이른바 한강벨트 지역에서 집합건물을 매수한 외국인은 583명이다. 이 가운데 중국인은 71명으로 10명 중 1명꼴이다. 반면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국적 매수자가 전체의 70% 가까이를 차지했다. 중국인이 강남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매입했다는 통념과는 거리가 있다.
중국인 매수의 공간적 분포를 보면 강남보다는 구로 금천 영등포 강서 관악 등 서울 외곽 지역에 집중돼 있다. 실거주 목적의 거래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투기 수요로 일반화하기도 쉽지 않다. 서울 집값 급등과 중국인 매수를 직접 연결하는 해석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외국인 토지거래허가제를 도입한 배경도 이런 여론과 무관하지 않다. 6·27 대출 규제로 내국인 주택 매입이 어려워진 반면 외국인은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역차별 논란이 커졌다. 그러나 제도 시행 이후 한 달간 외국인 매수 규모에는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같은 기간 미국인 매수는 증가했다.
외국인 매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시점은 10·15 부동산 대책 이후다. 이때부터 시장 전체가 관망 국면에 들어서며 거래량이 감소했고 외국인 매수도 함께 줄었다. 외국인 규제 자체의 효과라기보다 시장 전반의 거래 위축이 수치 변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특히 중국인의 부동산 매수가 여론에서 과장돼 소비되고 있다고 본다. 외국인 매수 비중은 여전히 낮고 특정 국적이 서울 집값을 끌어올렸다고 단정할 만한 근거도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시장 불안을 키운 요인으로는 외국인보다 정책 신뢰 약화와 과열된 심리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 집값 급등을 둘러싼 논쟁에서 외국인 매수는 눈에 띄는 소재이지만 통계는 보다 차분한 해석을 요구한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범위를 넘어선 일반화는 시장 판단을 흐릴 수 있다. 정책 역시 여론보다 수치에 근거해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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